필수가 되어버린 공동육아
정부마저 조부모 돌봄수당 정책을 신경쓰는 것을 보면 상당수의 가정에서 조부모의 도움으로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근데 정말 쉽지 않더라구요. 제 친구는 전업주부인데도 어린이집 교사 자격 유지를 위해 필참해야 하는 교육이 3일 정도 있었는데 마지막 날 아이를 하원시켜줄 사람을 결국 못 찾았대요.
그래서 일하고 있는 막내 동생한테 사정 이야기하고 부탁해서 동생이 휴가를 쓰고 아이 하원을 도와줬다고 하더라구요.
전업주부인데도 그런데 맞벌이는 어떻겠어요. 진짜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 회사 차장님은 밥 먹다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되서 동분서주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어린이집에서 전염병이 돌아 당장 애들을 집에 데려가라고 했다는 거야. 근데 당장 오후엔 미팅도 있고, 남편도 집에 갈 수가 없는 상황인데 방법이 없잖아.
근처에 시부모님이 살고 계셔서 급한 대로 시어머니한테 연락을 했는데 다른 곳에 외출 중이어서 당장 어려우시다 하고 밥 먹는 내내 여기저기 전화 돌리기 바쁘더라고.
그 모습이 내 미래인가 싶더라.
어린이집을 보내면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 커리어를 유지하며 승진하는 여자 분들이 시댁이나 친정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다 이유가 있는 선택이었나보다.
회사 내 여자 임원의 경우 시댁이나 친정 부모님과 합가하여 살고 있는 비율이 100%에 달한다는 점은 참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지금 우리 부부가 자리잡고 있는 지역은 철저히 두 사람의 직장까지의 거리를 우선하여 고려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학위과정이 끝나면 우리는 지역을 옮길 계획이고, 아마도 그땐 양가 부모님의 거주지도 함께 고려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급한 순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이 클테니 말이다.
임신과 출산이 막연한 미래의 일이었을 때,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더라도 부모님의 손을 빌리지는 말자고 굳게 다짐했었다. 그랬던 우리가 벌써 이렇게 무너지다니 참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다.
어른 여덟에 아이 하나.
공동육아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 봄이와 우리 부부에게 최선의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