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여덟에 아이 하나

필수가 되어버린 공동육아

by 요진

앞서 조카바보 신드롬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최근 정부가 2자녀부터 '다자녀'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모든 가정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희소해지고 있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닌데 아마도 양가 모두 우리 부부가 낳는 아이의 울음소리만 들릴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


다시 말하면, 어른 여덟에 아이는 한 명인 셈이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매일의 도움은 아니더라도 급한 일이 있거나 가끔 일 있는 주말이면 양가 부모님의 도움으로 부부의 시간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의 육아휴직이 끝나면 봄이를 어떻게 케어할지 우리 부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아마 어린이집을 보내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우리 부부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이 매일의 일상적인 도움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정부마저 조부모 돌봄수당 정책을 신경쓰는 것을 보면 상당수의 가정에서 조부모의 도움으로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가족의 도움 없이 온전히 한 명의 아이를 키워내기란 과연 가능한 걸까. 최근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보다 그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됐다.


근데 정말 쉽지 않더라구요. 제 친구는 전업주부인데도 어린이집 교사 자격 유지를 위해 필참해야 하는 교육이 3일 정도 있었는데 마지막 날 아이를 하원시켜줄 사람을 결국 못 찾았대요.

그래서 일하고 있는 막내 동생한테 사정 이야기하고 부탁해서 동생이 휴가를 쓰고 아이 하원을 도와줬다고 하더라구요.

전업주부인데도 그런데 맞벌이는 어떻겠어요. 진짜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 회사 차장님은 밥 먹다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되서 동분서주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어린이집에서 전염병이 돌아 당장 애들을 집에 데려가라고 했다는 거야. 근데 당장 오후엔 미팅도 있고, 남편도 집에 갈 수가 없는 상황인데 방법이 없잖아.

근처에 시부모님이 살고 계셔서 급한 대로 시어머니한테 연락을 했는데 다른 곳에 외출 중이어서 당장 어려우시다 하고 밥 먹는 내내 여기저기 전화 돌리기 바쁘더라고.

그 모습이 내 미래인가 싶더라.


어린이집을 보내면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 커리어를 유지하며 승진하는 여자 분들이 시댁이나 친정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다 이유가 있는 선택이었나보다.


회사 내 여자 임원의 경우 시댁이나 친정 부모님과 합가하여 살고 있는 비율이 100%에 달한다는 점은 참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지금 우리 부부가 자리잡고 있는 지역은 철저히 두 사람의 직장까지의 거리를 우선하여 고려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학위과정이 끝나면 우리는 지역을 옮길 계획이고, 아마도 그땐 양가 부모님의 거주지도 함께 고려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급한 순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이 클테니 말이다.


임신과 출산이 막연한 미래의 일이었을 때,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더라도 부모님의 손을 빌리지는 말자고 굳게 다짐했었다. 그랬던 우리가 벌써 이렇게 무너지다니 참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다.


어른 여덟에 아이 하나.

공동육아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 봄이와 우리 부부에게 최선의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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