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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Oct 18. 2023

내일 낳자, 오늘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와

#1

39주 2일이 되던 진료날이었다.


2주 전 자궁문이 2cm 열린 이후 하루 2번 18층까지 계단을 오르고, 아침저녁으로 요가를 하며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지냈지만 아직 진통은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뱃속에서 아기가 체중이 잘 늘지 않았고, 초음파로 살펴보았을 때 태반의 상태가 이미 안 좋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낳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초음파로 살펴본 아기의 머리도 직경이 이미 10cm가 넘었기에 더 이상 기다리면 자연분만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게 초음파를 볼 때까지만 해도 그날이 나의 출산 전 마지막 날이 될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내일 낳자,
오늘 가서 신랑이랑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내일 아침에 병원 와.



헉, 내일이라니! 내일이라니?

나 진짜 내일 아기 낳는 건가? 


아직 실감은 나지 않았고, 그저 출산 전 후회 없이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래 사진이 출산 전 마지막으로 먹었던 오일파스타)

점심, 저녁 먹고 싶었던 음식을 남편과 알차게 먹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출산가방을 점검했다. 워낙 인터넷에 정리가 잘 되어 있어 몇 번의 검색을 통해 쉽게 준비물을 챙기고 가방을 쌀 수 있었다.


아직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더 필요한 건 없을지, 이 정도면 충분할지 모든 걸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나에게는 쿠*이 있기에 필요하면 주문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캐리어의 문을 닫았다.


다음 날 병원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은 6시 반.


그럼에도 출산 전날이라 그런지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고, 어느덧 새벽 2시까지도 눈을 뜨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자연분만을 시도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어떻게 될지 상황을 미리 알 수 없는 것이 자연분만이기에 더 떨리는 마음이었다. 임신 기간의 대부분을 안정을 위해 누워 지내고, 체력이 많이 약해져 있던 터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자연분만은 의지와 호흡'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자연분만에 중요하다는 호흡법 영상을 보고 눈을 감았다.


요즘은 노산이 많아지기도 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제왕절개의 비율이 많이 늘어났는데 분만 방법은 개인의 상황에 따른 선택이기에 무조건적인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자연분만을 하면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자연분만을 시도해보고 싶었고, 출산한 지 3주가 조금 넘은 지금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드디어 D-Day가 되었다.


전날 늦게 잠에 들어서인지 남편과 나 둘 다 알람을 전혀 듣지 못하고, 늦잠을 자고 말았다. 출산하는 날 지각이라니......!


얼른 전날 챙겨두었던 출산가방을 챙겨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침 7시 출산의 3대 굴욕 중 하나인 관장을 마치고 분만실에 들어가 당일 밤 10시 30분 봄이를 낳았다.

(아침 아니고 밤...^^)


(유도분만 끝에 자연분만 할 수 있었던 비결 2가지에 대한 이야기가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이제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아기를 키우며 엄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에 나온 딸과 마주하며 초보 엄마가 한 생각은 "이 세상에 완성형 엄마는 없다는 것". 모두 공부하고, 알아가며 아이와 함께 자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직도 부족하고 서툰 것 투성이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기록해 나가려 합니다.

현실 육아가 궁금하신 분들, 지금 겪고 있는 분들, 이미 겪어보신 분들의 공감과 응원은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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