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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Nov 10. 2023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인생 최대의 난제

#2 정답은 ㅇㅇ대로

임신 38주가 넘어가면서 내 유튜브 추천 콘텐츠는 '출산 방법'으로 도배되었다.


아마 출산을 앞둔 임산부라면 격렬한 공감을 표할 것이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는 비율이 이미 50%를 훌쩍 넘었고, 말만 들어도 내가 아이를 낳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지는 출산 에피소드를 들으면 들을수록 출산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내 인생 최대 난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둘 다 경험하지 못했고, 아플 것이고,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남편의 말을 빌리자면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게다가 출산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워낙 많기에 누구는 자연분만을, 또 다른 누군가는 제왕절개를 추천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그래서 관련 영상을 찾아보면 볼수록 혼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노산이 많아지면서 선택 제왕절개 비율도 꽤 높아졌는데,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 발생을 최소화하고 싶은 심리의 반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3자의 입장에서야 '요즘 시대에 아기 낳다가 별 일 있겠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본인의 일이 되는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것이 인간이다.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가 발생해서 진통은 진통대로 겪고, 수술은 수술대로 하는 최악의 상황의 주인공이 내가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다 보면 '그래, 안전빵으로 그냥 제왕절개 하자.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은 없겠지.' 이런 생각으로 흐르게 되는 것이다.


나의 경우 임신 기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병원의 당부가 있었기에 상당 기간 누워 지냈던 날이 많았는데, 그래서 더욱 출산은 자연분만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몸이 이미 상당히 축난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까지 하게 되면 회복이 더욱 더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적고 보면 단단했을 것만 같은 마음이지만 사실 당시에는 하루에 12번도 더 갈대같이 흔들렸다. 불쑥불쑥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나를 사로잡았고, 그럴 때면 그냥 수술하는 게 덜 아프고 덜 무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 당일, 나보다 훨씬 늦게 병원에 와서 10분도 안 되어 아이를 낳고 입원실로 이동하는 다른 산모들을 볼 때면 한편으론 허무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무튼 나는 처음 생각했던 대로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는 데에 성공했다. 유도분만을 시작한 지 약 15시간 만에 순산할 수 있었던 건 나의 의지와 호흡 연습이었는데 잠 한숨 자지 않고 호흡을 연습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아이를 낳는 순간조차 모범생 같다'라고 했다.


하지만 바로 이게 자연분만 할 수 있었던 나의 2가지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무통주사를 맞으면 통증이 없어지면서 피곤함이 몰려와 잠을 자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자궁수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출산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단다. 당시 나는 저녁 7시 전에 아이를 낳고 미역국을 먹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자궁수축이 올 때마다 호흡법을 연습했다. 

(3초 들이마시고 8초 길게 내쉬는 호흡법이었는데 생각보다 길게 숨을 내쉬며 배를 부풀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런 나의 꾸준한 연습 덕분이었는지 극적인 출산의 순간, 나는 정말로 힘 두 번 주고 아이를 낳는 데 성공했다. 어디 티비에나 나올 법한 말이지만 정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자연분만으로 순산한 너는 자연분만을 추천하느냐고 물으면 나의 대답은 'Yes or No'이다.


"순리"대로 한다는 것이 정답이다. 


아직도 자연분만이 무조건 더 좋은 분만 방법이라고 믿는 분들이 있지만,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연분만을 고집하다 보면 정말 큰일 난다. 물론 요즘은 병원에서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제왕절개를 권하기도 하고, 본인이 원하는 경우 선택 제왕절개로 가는 경우도 많아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일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은 것에 매우 만족한다. '아이에게 좋다' 뭐 이런 이유가 아니라 나의 회복이 굉장히 빨랐기 때문이다. 

(자연분만을 하고서도 난산인 경우에는 제왕절개만큼이나 회복이 더딘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케바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변 친구들에게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출산은 각자의 몸 상태나 아이 상태, 여러 가지 상황들이 모두 다르다. 괜히 나의 경험담으로 친구의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벌써 아이를 낳은 지 40여 일이 지났다. 고작 한 달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내가 그런 고민을 언제 했었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이 매우 바쁘게 흘러가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그런 말이 나왔나 보다.

키우다 보면 출산의 고통을 잊고 어느새 둘째를 생각하게 된다는.


물론 지금은 현실육아에서 생존하느라 매우 매우 바쁘다.


오늘로 출산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 글부터는 현실 육아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덧 생후 50일을 바라보고 있네요.

'이 세상에 완성형 엄마는 없다'라고 생각하며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 속에서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나누려 합니다. 현실 육아가 궁금하신 분들, 지금 겪고 있는 분들, 이미 겪으신 분들의 공감과 응원은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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