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진 Nov 12. 2023

그렇게 '엄마'라는 사람이 되었다

#3 세상에 적응중인 '너'와 엄마로 적응중인 '나'

엄마로 적응중인 '나'


그렇게 순산에 성공하고 나는 일명 '엄마'가 되었다.


우리 딸들에게 엄마는 꽤나 강한 '눈물 치트키' 같은 존재인데, 내가 그런 엄마가 되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뱃속에서 헤엄치던 그 작은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자라 세상 밖으로 나왔을까. 


그것도 내 뱃속에서.


출산 후 3일째 되던 날 퇴원을 하고, 인근 조리원으로 이동했다. 병원과 달리 조리원에서는 매일 아침 저녁 1시간 30분씩 모자동실 시간을 가지며 엄마가 될 준비를 했다. 처음 모자동실 시간을 가지던 날, 침대에 뉘여진 아기를 차마 안아보지도 못하고 남편과 둘이서 1시간 내내 바라보기만 했다.


눈, 코, 입 오밀조밀한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1시간이 마치 10분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몸은 살도 없어 잘못 건드렸다간 부서질 것만 같았던 평균보다 작게 태어난 아이.


이 아이를 내가 낳았다니.

내가 이 아이의 엄마라니.


아이를 낳기 전 아이를 낳은 주변 친구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었다. 


아이를 낳으면 정말 그렇게 모성애가 샘솟느냐고.
막상 낳으면 달라질 거라는 그 말이 정녕 사실이냐고.


막상 낳아보니 낳자마자 모성애가 샘솟는다는 말은 거짓부렁이다. 나는 며칠이 지나서야 밀려오는 감동과 뭉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물오물 움직이는 아이의 입을 보며,

아이와 눈을 맞추고 서로 바라보며,

내 품에 포옥 안기는 아이를 느끼며


그제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는 것에 적응하고 있었다.




세상에 적응중인 '너'


작게 태어나면 더 많이 먹는다는 말이 있다. 다른 아이들보다 작게 태어난 걸 알아서인지 더 크기 위해 많이 먹는다는데 신기하게 봄이도 그랬다.


2.5키로 그 작은 몸으로 세상에 적응 중인 아이를 생각하면 짠하기도 뭉클하기도 했다. 막상 다른 아이들보다 살도 없고 작은 아이를 보자니 뱃속에서 조금만 더 살찌워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궁 양수에서 놀다가 세상 밖으로 나와 중력도 느끼고, 코로 호흡하고, 입으로 먹으며 모든 순간 세상을 알아가고 있는 아이를 생각하면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울 때면 '얘도 세상에 적응 중이라 힘들겠지' 라고 생각하려 애쓴다. 많이 울고 찡찡대는 아기 때문에 힘든 엄마아빠들이 있다면, 이렇게 한번씩 생각해보자. 아이가 짠해보여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질 것이다.


지금도 나의 아이는 세상에 적응 중이다. 


스스로 자는 법, 트림하는 법, 똥 싸는 법을 익히느라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아직은 스스로 하는 법을 몰라 때론 울고, 때론 찡찡대며, 때론 온 몸을 비틀고 인상쓰기 일쑤지만 언젠가는 잘 터득해서 스스로 할 수 있으리라.


나는 그 과정에서 너의 곁을 지키며 홀로 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인생 최대의 난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