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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Nov 16. 2023

갑상선 수치가 높아서 서울대병원 연결해 드릴게요.

#4  선천성 갑상선 기능저하증?

출산을 하고 병원을 퇴원할 때 진행하는 몇 가지 검사가 있다. 


1) 혈액검사

우선 혈액검사를 통해 아이의 혈액형을 알 수 있다. 은근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다.


2) 신생아 선천성 대사이상 선별검사

두 번째로, 신생아 선천성 대사이상 선별검사를 통해 각종 호르몬이나 아미노산, 지방산 등의 대사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신생아 선천성 대사이상 선별검사는 무료, 혈액검사는 거의 무료로 (소액 비용 발생) 가능하고 이 외에 다른 추가 검사들이 있지만 보통 유료로 진행되어 많이 선택하지는 않는다.


신생아 선천성 대사이상 선별검사는 결과가 나오면 결과보고서의 형태로 받아볼 수 있는데 나는 그전에 전화로 재검이 필요함을 전달받았다.


갑상선 수치가 높아서 재검해야 해요.
언제 병원 방문 가능하세요?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놀라고 당황스러웠지만 우선 방문 날짜를 예약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런 의문이 들었다.


갑상선 수치가 높다는 말이 어떤 수치가 높다는 거지?

TSH? 아니면 갑상선 호르몬?


[여기서 잠깐]
갑상선 기능 검사를 할 때 표준으로 간주되는 것이 바로 TSH 검사이다. TSH는 Thyroid Stimulating Hormone의 약자로 한국말로 '갑상선 자극 호르몬'을 의미한다.

갑상선에 작용하여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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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H 수치가 높다? ->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더 필요하다 (= 지금은 갑상선 기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나중에 결과보고서를 받아 보니 TSH의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어 조금 높은 상태였다. 신생아의 경우 일시적으로 호르몬 수치가 높을 수 있어 보통 여러 차례 검사를 진행하는데 봄이의 경우 재검에서도 참고치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 결국 서울대병원까지 가게 되었다.


출산병원에서 예약까지 바로 잡아준 덕분에 재검 약 열흘 후 서울대병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서울대병원은 약 10년 전 연구실에서 인턴 할 때 이후로 거의 처음이었는데 아이 진료를 위해 방문한 병원은 참 크고 단단해 보였다.


어린이병원인 만큼 접수하러 가는 길 아픈 아이들을 정말 많이 보았다. 아픈 아이들을 보는 것도, 그 아이들을 챙기느라 지친 표정의 보호자를 보는 것도 참 마음이 아팠다. 접수를 기다리며 (오래 아이가 아파서인지) 아이의 부모가 서로에게 날을 세우고 대화하는 모습을 꽤 보았다. '하루 이렇게 오는 것도 힘든데 몸과 마음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얼른 수치가 괜찮아져서 더 이상 병원을 오지 않아도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겨우 진료실 앞에 다다랐을 때, 그 앞은 이미 대기 중인 아이와 보호자들로 자리가 꽉 차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남편이 아이를 계속 안은 채로 진료를 기다렸다. 집에서 분유를 먹이고 출발했음에도 가는 시간과 대기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아이의 배고픔이 시작됐고, 그 사람 많은 곳에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채혈 전에 밥을 먹이면 토할 가능성이 있어 최대한 아이를 달래려 남편이 애썼지만 분유 없이 아이의 배고픔까지 달래긴 역부족이었다.


집에 와서 남편이 말하길, 주변 사람들이 계속 쳐다보는데 꼭 '아기가 우는데 저 아빠는 아무것도 안 하고 뭐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 진땀이 났다고 했다.


상황을 파악한 간호사 분이 겨우겨우 차례를 앞당겨 주어 간신히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나에게 어서 밥을 달라며 우는 아기를 보며 담당 교수님은 갑상선 기능저하는 거의 아닐 것 같지만 일단 검사는 해보자고 하셨다. 


울음소리나 안색을 볼 때 그냥 일시적인 거고 기능에 이상이 있어 보이진 않는데, 일단 검사하고 추가 검사가 필요하면 연락을 드릴게요.


그렇게 겨우겨우 진료를 보고 채혈실로 향했다. 혈관을 찾아 바늘을 꽂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아이의 팔뚝은 참 작았고, 그 작은 팔뚝에서 피를 뽑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아렸다.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여, 더 이상 이 작은 팔에서 피를 뽑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렇게 두 번의 진료와 채혈 끝에 다행히 정상 수치가 된 것을 확인했다. 교수님은 이제 갑상선은 잊고 살아도 된다며 바쁜 진료 와중에도 힘들었을 아이를 참 많이 챙겨주셨다.


비록 총 4번의 검사 끝에서야 정상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너무나 다행히 정상 수치로 돌아와 지금까지 잘 자라주고 있다.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많은 걸 바라게 되는 부모들도 아이와 처음 마주한 순간에는 단 한 가지만을 바랐을 것이다.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출산 후 아기와 처음 마주할 때

각종 검사를 진행할 때


그 모든 순간 모든 부모가 바랐던 것은 모두 같았을 것이다.


건강하게 태어나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나 또한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것 외에는 아이에게 바라는 것도 기대하는 것도 없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중학생이 되었을 때, 고등학생이 되어 수능을 앞두고 있을 때에도 이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처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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