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콩팥팥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이 글의 제목을 보고 tvN에서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을 생각했다면 이 글이 다소 서운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이 글은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 김기방 누구 하나 1도 언급되지 않는 육아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 속담의 뜻을 쉽게 알 수 있다. 콩을 심었는데 팥이 날 리 없고, 팥을 심었는데 콩이 날 리 없다는, 즉 모든 일은 원인에 따라서 결과가 생긴다는 뜻을 가진 속담이다.
그런데 아이를 가진 엄마라면 한 번쯤은 '콩콩팥팥' 이라는 말을 육아 분야에서 사용해 보았을 것이다. 속담 그대로 콩 심은 데서 콩이 나고, 팥 심은 데서 팥이 난다는 뜻으로 '그 아이가 어디에서 왔겠니'를 비유적으로 이야기할 때 이 속담을 활용하곤 한다.
콩: 55일인데 통잠을 자. 나 닮아서 잠이 많은가봐.
팥: 콩콩팥팥이야. 우리 애는 돌이 지나고 겨우 밤 수유를 끊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애기 때 잠을 안 잤더라고. 남편한테는 말 안 했는데 다 이유가 있는 거지.
아직 봄이를 낳기 전 육아의 길을 걷고 있는 선배맘들이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요진이 딸은 왠지 순할 것 같아.
낳고 나서 보니 이게 다 콩콩팥팥이더라구.
막상 봄이를 낳아 약 두 달가량 키워보니 콩콩팥팥 이거 참 명언이다 싶을 때가 많다. 배고픔에 유독 예민해서 조금이라도 밥때를 넘기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보며 '넌 누굴 닮았니?' 말하다가도 '아, 나 자주 배고파하고 배고픔에 예민하지' 생각하며 나를 돌아보게 된다.
이 아이가 어디에서 왔겠나.
봄이를 가지고 엄마와의 새로운 대화가 시작되었다. 생전 처음으로 "엄마의 육아"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 혼자 다 큰 줄 아는 나는 아기 때 어땠는지 (잠은 잘 잤는지, 잘 먹었는지) 물어보면 엄마는 추억에 잠겨 내가 아기였던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그동안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았던 엄마의 육아 이야기와 함께.
100일 전에 통잠을 잤다는 말에는 안도감을, 순해서 육아가 편했다는 말엔 과연 내 딸은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며 봄이를 마주할 준비를 했었다.
아직 뒤집기도 못하는 돌도 안 된 아기인지라 앞으로의 봄이는 어떤 모습일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남편이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한테 영향을 주고 결국 아이의 말과 행동도 콩콩팥팥이 될 가능성이 높겠지.
이왕이면 나와 남편의 좋은 점만 뽑아 콩 반 팥 반인 아이로 자라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