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로 그룹을 나누고 자신을 소개하는 문화가 생기면서 유행한 말이다. MBTI 유형을 나누는 요소 중 T(Thinking)를 의미하는 것으로 공감능력이 부족한 경우 서운함이나 섭섭함을 더해 쓰곤 한다.
MBTI 유형을 나누는 4가지 중 또 다른 하나는 J(Judging)와 P(Perceiving)이다. 간단히 J는 계획적이고, P는 즉흥적인 특성을 의미하는데 아래 사진은 MBTI의 J와 P 차이를 나타내는 짤 하나를 가져온 것이다.
(여러분은 J인가요, P인가요?)
때로는 부지런한 J, 또 어떤 때는 게으른 J의 모습을 보이는 나는 무의식적으로 다음 할 일을 머릿속에 그리는 편이다.
블로그에 글 쓰고, 책 읽고, 운동해야지
이런 식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그날 혹은 다음 날의 계획을 마음속으로 세워두곤 했었다. 나를 포함한 주변 상황을 스스로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것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육아를 시작하고 처절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무계획이 살 길이라는 것이다.
무계획이 살 길이다
이제 밥 먹일 때가 됐으니 분유 먹이고, 트림시키고, 재운 다음에 오랜만에 차 한 잔 여유롭게 마시며 글 한 편 써야지
이런 다짐은 아이 앞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금은 컨디션이 좋다가도 분유를 먹고 나선 그저 할 수 있는 일이 우는 것뿐인 냥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가 되기도 한다. 급격한 성장 탓에 자주 울고 보채는 원더윅스 기간엔 침대, 베개 역할도 추가되기 때문에 더더욱 나의 시간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아이가 없을 땐 가능하던 사전 계획과 실행, 그로부터 오는 뿌듯함과 성취는 이제 나를 위해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것들이 되었다. 겨우 아이를 내 품에서 떼어 재우는 데에 성공하면 타자를 열심히 치고 있는 지금처럼 운 좋게 나의 자유시간을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아이의 시간, 그리고 나의 시간을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나의하루를 꽉 채우던 계획들도 이제는 없다.
처음엔 미처 나의 통제 욕구를 다 내려놓지 못한 날들이 있었고, 그런 날엔 꼭 마음 한 켠 불편함이 찾아왔다.변수 가득한 상황으로계획한 것을못했기 때문이다.
잠깐 틈이 나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나 브런치의 글 제목을 적는 순간 아이는 절묘하게 잠에서 깬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엄마를 향해 운다. 그럴 때면 생각했다.
왜 하필 지금 울까.
조금만 더 참아주지.
이 글을 다 적을 때까지만.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나의 기대와 통제 욕구가 나와 아이의 시간을 방해하고 우리의 시간을 덜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래서 더 이상 나는 그 어떤 계획도 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도 나와 아이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그런 시간들로 하루를 채울 수 있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나에게 잠깐의 자유시간도 주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