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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Nov 27. 2023

열달후에 어플의 속사정

임신육아 어플 중에 '열달후에'라는 어플이 있다. 


엄마 뱃속에서 아기와 함께 하는 시간 열 달을 의미하는 것으로 엄마뿐만 아니라 아기의 초음파 상 검진결과를 입력하면 해당 주차의 아기 100명 중 몇 번째에 해당하는지 백분위를 알려준다.


체중, 머리직경, 머리둘레, 복부둘레, 허벅지 길이에 대한 정보만 입력하면 각각의 수치에 대한 백분위 등수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쓰기 시작하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우리 아기가 그 주차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가.


표준과 비교하게 되는 미묘한 불안감을 잘 터치한 어플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24주 차 검진 전 우연히 육아 블로그에서 어플을 알게 된 이후 임신 기간 쭉 사용했다. 처음엔 참고용으로 어플을 사용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닐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플을 사용하면서 자꾸 봄이의 초음파 기록과 해당 주수의 표준 수치를 계속해서 비교하게 되었고, 진료가 끝나고 집에 갈 때면 남편과 꼭 변화된 백분위 숫자를 확인하곤 했다.


특히 머리직경을 뺀 나머지 수치가 모두 작게 측정되어서 성장을 잘하고 있는지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다.


결국 봄이는 출산 전 마지막 초음파 검진 상에서도 머리직경을 제외한 나머지 수치는 모두 하위권에 랭크되었다.


네이버에 '허벅지길이'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실제로 열달후에 어플을 바탕으로 뱃속 아기가 성장을 잘하고 있는 것인지 우려를 표하는 엄마들의 게시글이 꽤 확인된다.


하지만 초음파 상 수치가 100% 정확한 것도 아니며 우리 아이가 꼭 표준에 따라 성장해야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몰랐어도 될 정보를 앎으로써 마음이 복잡해지는 경우다.


정보란 것이 그렇다. 많으면 많을수록 무조건 좋을 것 같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면 오히려 그 정보들을 활용하기도 어렵거니와 머리만 복잡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열달후에 어플이 사람의 마음을 잘 공략한 어플이라는 생각을 했다.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

잘 자라고 있나 궁금한 부모의 마음.



그래서 실제로 낳아보니 어떤가요?
초음파 상 수치는, 저 어플의 결과는
잘 맞는 편인가요?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수치 자체는 비슷하지만 숫자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라고 답해주고 싶다.


봄이는 끝까지 뱃속에서 살이 잘 안 쪄서 결국 39주 차임에도 2.55kg로 태어났다. 모두가 걱정했던 머리직경은 수치만 본다면 거의 41주 차에 달하는 숫자였지만, 막상 낳아보니 뒤통수 모양이 동그라니 너무 예뻤다. 숫자만으론 마치 머리만 큰 아기처럼 보였지만 실제론 작은 얼굴과 예쁜 두상을 가진 아기였다.




보통, 표준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참 크다.


임신하고 가장 많이 다짐했던 것이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자'였는데,


우리 아이가 보통은 되었으면 하는 마음.

표준에서 많이는 벗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이런 마음이 자꾸 비교로 나를 이끈다.


지금 시기에 분유를 140ml 먹는 것이 충분한가. 
A 아들은 160ml를 먹는다는데.


'아프지 않고 잘 먹고 잘 자며 봄이의 성장속도대로 잘 크고 있으니 되었다' 생각하다가도 주변에서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아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흔들릴 때가 많다.


얼마 되지 않은 육아 기간이지만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나의 아이에 맞는 속도로 키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겠구나 생각하는 요즘이다.


아마 보통, 표준이라는 단어에 흔들릴 일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보통 이때쯤 영어유치원을 보낸다는데?
보통 이때쯤 선행을 시작한다는데?


이런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봄이에게 잘 맞는 육아를 해낼 수 있도록 남편과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




보통 다른 아이들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고 그에 맞는 육아를 하면 된다.


내 아이는 초록잎인데 주변이 갈색잎이라고 해서 갈색잎으로 키우려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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