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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Dec 09. 2023

아이를 낳고 빚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진짜 돈 때문이 맞을까?


출산율이 세계 최저를 기록하면서 저출산 해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청년층의 53.5%가 '결혼 후 자녀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녀를 낳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바로 경제적인 이유이다.


출처: 한국경제뉴스 (2023.08.28)


그런데 직접 아이를 낳아 두 달 좀 넘게 육아에 올인하다 보니 '과연 경제적인 이유가 첫 번째가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럭셔리한 육아템으로 도배하지 않는 이상 아이가 어릴 땐 그렇게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유치원에 갈 나이만 되어도 비교 경쟁의 분위기 속에서 아이에게 들어가는 교육비가 크게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긴 하지만 교육비는 필수재가 아니니 빼고 생각해 봤다.


지금까지 직접 육아에 부딪혀 본 결과 내가 생각하는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빚이 늘기 때문에'가 맞다. 여기서 빚은 금전적인 빚이 아닌 마음의 빚을 의미한다.


왜 마음의 빚이 점점 늘어날까?

그 빚이라도 지지 않으면 엄마의 자유시간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마음의 빚 없이는 불가능한 엄마의 개인시간


임신 소식을 친구들에게 전했을 때, 이미 출산을 경험한 친구들의 공통된 조언은 '아이 너무 많이 안아주지 말고, 최대한 주변의 도움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산후 회복을 위한, 나를 위한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여기서 주변의 도움이라 함은 양가 부모님, 동생, 남편, 시터 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이 매일 오시기엔 거리가 멀고, 남편은 일이 있으니 결국 남편 퇴근 전까지의 육아는 온전히 나의 담당이다. 시터를 고용할 수도 있겠지만 한 명의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을 한 상황에서 시터 고용은 마음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유독 힘든 날엔 '내가 복직하고 돈을 벌고, 시터를 고용하는 게 경제적으론 남는 장사인데' 하는 생각도 했지만 말도 못 하는 아기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엄두가 나질 않았다.


아직 아이를 데리고 외출할 수가 없어 거의 매일 집에서만 지내고 있는 나다. 유독 외출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했던 내가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려니 기분이 울적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보고 있으면 너무나도 예쁜 아이 덕분에 나의 힘듦과 지침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24시간 누군가의 케어가 필요하고, 부모가 그 케어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 과정은 힘들 수밖에 없다고.


힘들지만 다 금방 지나간다는 말은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출산 50일쯤부터 시작한 요가 덕에 평일 중 3일 정도는 나만의 개인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이 또한 마음의 빚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산모가 들을 수 있는 수업은 한정적이고, 종종 7시에 진행되는 그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남편의 스케줄 확인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나 요가 7시 거 가려고 하는데 그전에 올 수 있어?


요가 하나 내 맘대로 갈 수 없는 현실이 짜증이 난다. 물론 남편이 대부분 시간에 맞춰 일찍 오기는 하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남편의 스케줄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 참 싫다.


가끔 남편이 본인의 일정 공유를 잊어버려 나와 남편의 주말 일정이 겹치는 날이면 부모님께 마음의 빚을 져야 한다. 손녀를 너무나도 예뻐하고, 하루 아이 보는 건 하나도 힘들지 않다는 부모님이지만 급하게 부탁드릴 때면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부당한 육아와 당연하지 않은 포기


생후 50일부터 거의 통잠을 자는 아기와 쉬는 시간을 포기하고 육아에 상당히 많이 참여하는 남편,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달려와주는 부모님을 두었음에도 이렇게 힘든데 그렇지 않은 상황의 엄마들은 얼마나 힘들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한 명의 아기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한동안 내 삶을 포기해야 하고, 남편이 함께 하지 않으면 그 '포기'는 온전히 엄마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간혹 모든 포기를 엄마 혼자 지게 되면서 부부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를 전해 듣는데 참 안타까울 뿐이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아이를 낳으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던 워킹맘들의 현실이 보였다. 전해 듣는 그 어느 이야기에서도 육아와 가사를 50:50으로 분담한다는 내용은 없다. 엄마와 비슷한 수준의 육아를 해내는 아빠는 거의 유니콘급이다.


평일 저녁 한 번의 약속을 위해서는 다음 날 하원 도우미와 남편 스케줄 조정, 아이 저녁 준비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까지 모두 미리 해내야 해서 차라리 약속을 안 잡는 게 편하고, 육아며 집안일이며 내가 더 하는데 돈도 내가 더 번다는 A.


'내 육아 파트너는 남편이 아니라 엄마야. 남편이 없어도 크게 차이 없을 것 같아.' 라고 말하는 B.


모두 적지 않게 돈도 버는 워킹맘들이다. 그리고 워킹맘들의 이런 씁쓸한 이야기는 온전히 2030 싱글들에게 전해진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누가 아이를 낳고 싶을까.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진짜 '돈' 때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 글을 통해 자는 시간, 쉬는 시간을 포기하고 육아에 동참하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아기와의 일상 속 기쁜 일, 힘든 일 모두 공유하고 공감하는 서로가 되어 애틋함이 더 진해지는 요즘이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육아에 전념 중인 엄마들이 있다면 오늘 하루는 아이의 웃음이 가득해서 덜 지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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