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사회와 작은 개인
나라를 불문하고, 전 세계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이다.
그렇게 인구가 많던 중국마저도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하니 저출산에 대한 이견은 없을 듯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출생률 0.78명으로 전 세계에서 거의 제일 낮은 출생률을 보이고 있다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큰 개선은 없는 듯 하지만.
사실 내가 임산부가 되어 일상을 보내기 전까지 0.78이라는 숫자는 나에게도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그저 막연히 불안정한 청년들의 삶과 '출산과 동시에 포기해야 하는 여러 가지 것들'로 많은 여자들이 임신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난겨울, 이런 나에게 갑작스레 봄이가 찾아왔다 (봄이는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기의 태명이다).
어느덧 늘어난 주변 친구들의 임신과 출산, 자연스레 이루어진 남편과 나의 2세에 대한 합의를 생각하면 축복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임산부가 되어 임산부 등록을 하고,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을 하며 우리는 '저출생'이라는 커다란 사회 문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굉장히 여러 번 했다.
저출산이라 하면 거대한 사회만이
해결할 수 있는 난제로만 보인다.
하지만 그 저출산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 안엔 개개인의 가정과 여성이 있다.
일례로 지하철과 버스엔 분홍색으로 표시된 임산부석이 있지만, 지하철에서 몇 번을 제외하면 맘 편히 임산부석에 앉아본 적이 없다. 출퇴근길에선 임산부석 근처는 가보지도 못하고 내린 적이 태반이고, 이리저리 치일 땐 그마저도 배가 많이 부르면 대중교통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임산부석 근처에 가더라도 자리가 비어 있을 때만 맘 편히 앉을 수 있었고, 임산부 배지를 달고 있음에도 누군가 앉아있을 땐 자리를 양보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나도 반성하는 부분은 있다.
내가 임신해 보기 전까진 임신초기가 뭐 그렇게 힘든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다리가 아파올 때 바로 앞 임산부석을 비워둘 때면 '잠깐 앉아 있다가 자리를 양보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욕구가 나를 덮칠 때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직접 겪어 보니 임신초기, 굉장히 힘들다.
50대 이상 연령대의 분들 중에 종종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 같은 사람들이 그래도 둘 정도는 낳아야지~~"
어떤 취지에서 나온 말인지는 안다. 저출산이 심각한 만큼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으니 여러모로 자녀계획을 일찍 세우고 출산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일 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지하철 임산부석을 차지하고 있는 분들 중 상당수는 60-70대로 보이는 분들이다 (성별 불문).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나의 경험상 적는 말이니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아마 대부분 자녀가 결혼했다면 목이 빠지게 손주를 기다리는 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얼른 자녀를 낳지 않는 자식과 그 배우자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 임산부석에서 그들은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임산부임을 알아도 선뜻 일어나지 않는다.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고, 일상을 보내며 이런 생각을 종종 했다.
- 나의 자식이 손주를 낳지 않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같은 지하철 칸에 있는 1명의 임산부에게는 관심이 없다.
-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0.78명이라는 출산율 숫자에는 관심이 많지만 일상 속에서 만나는 1명의 임산부에게는 관심이 없다.
임신하고 약 5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많은 크고 작은 힘듦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는 생각들을 편히 적고 생각을 나누고 싶어 브런치 작가에 지원했고, 운 좋게 한 번에 승인받을 수 있었다.
그 시리즈의 가장 첫 번째 글 주제가 '큰 사회와 작은 개인'이 된 데는 임신 초기 일상을 보내며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바로 이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커다란 사회문제에만 관심이 많지, 작은 개인의 어려움에는 보통 관심이 없다.
하지만, 1명의 임산부가 무사히 아기를 낳기까지는 참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