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는 당연할까

'케빈에 대하여'

by 요진

봄이의 포지션 때문에 누워 지내면서 TV를 보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다.


상체를 세우지 않고 누워 지내보면 알 수 있다.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TV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보게 된 프로그램도 매우 다양해졌는데 새롭게 보게 된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지선씨네마인드'였다.


'지선씨네마인드'는 박지선 교수와 장도연 님이 출연해 미리 정한 영화를 살펴보며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및 사건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보는 프로이다.


처음엔 범죄 스릴러 장르 영화 위주로 진행했지만 나중엔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영화까지 다루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최근에 방영된 '케빈에 대하여' 편을 보게 됐다.




우선 '케빈에 대하여'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덧붙이자면 '케빈에 대하여'는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여행작가 주인공에게 아들 케빈이 생기면서 달라지는 그녀의 삶과 케빈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케빈의 이유 모를 반항으로 주인공 에바와 케빈의 관계는 극으로 치닫고, 결국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는 케빈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마 임신 전의 나였다면 이 영화를 보며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덧 임신 6개월을 지나 곧 출산을 앞둔 나로서는 이 영화를 다룬 '지선씨네마인드'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유독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아이, 케빈.

자유로운 삶을 누리다 갑자기 찾아온 임신과 출산, 육아로 도움이 필요했던 엄마, 에바.


'엄마'라는 이름 하에 많은 것들이 당연시되고 요구되지만 과연 그것들이 당연한 걸까.

'모성애'라는 단어 하나에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포함시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엄마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영화에서 남편 프랭클린이 조금 더 에바를 이해하고, 에바의 말에 귀 기울여 주었다면.

에바가 자신의 심리 상태를 먼저 돌보았다면.

케빈과 에바를 위한 더 좋은 전문가를 만날 수 있었다면.


그들의 운명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직 돌이 안 된 아기를 키우는 여러 친구들의 육아 이야기를 들을 때면 부모의 기질이나 육아 방식만큼이나 아기의 타고난 기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독 내 아기가 예민하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기의 기질이 극과 극인 두 친구가 있다.


친구 A의 아기는 '갓기'라 부를 정도로 기질이 순둥순둥하다. 통잠은 물론이고, 본인의 잠자리를 알고 스스로 기어가 혼자 놀다 낮잠을 자기도 하는 등 타고난 기질이 예민하지 않아 A 부부는 아기 있는 집에서 시도하기 힘든 '저녁식사 지인 초대'까지도 가능할 정도다.


반면, 친구 B의 아기는 타고난 기질이 매우 예민하다. 통잠은커녕 아직도 2시간마다 잠에서 깨고, 한 번 울면 그칠 줄을 모르며 짜증 섞인 울음에 부부가 모두 지쳐가고 있는 듯하다. 몸이 피곤하고 힘드니 부부 관계 또한 좋을 리 없다.


1명의 아기를 낳고 키우는 데에는 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아기의 타고난 기질,

엄마의 성향과 육아방식,

육아에 대한 아빠의 비중, 모두의 합이 중요하다.


아기의 기질이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영역이듯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모성애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남편의 육아에서의 비중 또한 모두 같지 않다.


봄이를 낳으면 나의 생각이 또 달라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모성애가 막 끓어오를지도?!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렇게 갑자기 모성애가 100까지 차오를 것 같지 않다.

한 단계, 한 단계 봄이와 함께 하는 시간들과 과정들이 조금씩 쌓여 봄이와 사랑에 빠지는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 출산도 해보지 않은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나의 성향과 상황에 맞는 최선의 육아를 하자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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