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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겸 Jan 19. 2020

어디에서 살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

<외로워지는 사람들>

 ‘셰리 터클(Shery Turkle)’은 네트워크화된 삶과 기술이 주는 친밀감, 고독감이 우리에게 주는 역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네트워크화 된 사회에서 우리의 관계는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성찰보다 빠른 반응을 기반으로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Alone, together’이라 표현한다. 현 사회 속 우리의 관계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지만, 혼자인 것이다. 책 속에서 표현되는 ‘기술(Technology)’은 ‘감정과 행위 유도성(affordances)’을 가진다. 이는 관계의 피상성, 연결성과 동시성을 부여하고 우리의 정서적 삶의 지형을 재구성 , 재창조한다. 기술은 물리적 유대감을 읽어버린 사람들에게 자기만의 페이지, 공간을 만들 것을 제안하며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 글을 쓰고, 나의 목적에 따라 관계를 만들도록 한다. 이로 인해 관계에 있어 ‘Goldilocks ’ 효과가 발생된다. 그렇게 우리는 네트워크 사회에서 자아가 묶이게 되고 불안정한 고립을 얻는다. 


 현 세대는 ‘묶인 채로 성장’되고, 되어왔다. 가상 현실에서 페르소나를 만들어 디지털 연결성에서 만들어진 깨지기 쉬운 인격은 쉽게 불안을 느끼며 자아도취(Narcissism)에 빠진다. 이런 사회와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자아 상태를 촉구한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우리는 ‘부재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또한 이는 ‘세컨드 라이프’를 통해서 우리를 라이프에서 ‘라이프 믹스(Life-mix)’의 상태로 이끈다. 


 책 속의 ‘피트’는 “세컨드 라이프는 실제 생활에서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선사합니다. 내가 제일 나 답다고 느끼는 곳 ” 이라 말한다. 그렇게 우리는 여러 삶을 동시에 살게 되고 아바타를 가상의 자아로 느끼고 정체성을 부여한다. 라이프 믹스는 ‘멀티 라이핑(Multi-lifing)’으로 연결된다. 네트워크 기기들은 한꺼번에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확신을 주면서 새로운 시간 개념을 익히도록 우리를 부추기고, 시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네트워크 사회와 기술은 ‘엘리자 효과 (ELIZA effect)’를 일으킨다. 상처받기 쉽고 나약한 우리의 빈 마음을 기술이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한계를 알고 있으면서도 ‘빈 곳을 채우는 데’ 열심을 낸다.


 저자는 이러한 자아 상태는 끔찍한 대칭성을 만들어내어 우리를 몰개성화(De-individuation) 시킨다 말한다. 정체성이 여러가지가 되면 우리는 그것을 하나(one)이 아닌 전체로 느끼게 된다. 여러 자아간의 관계가 유동적이고 비방어적이게 되기 때문이다 . 저자는 이 상태가 계속 되다 보면 결국 삶에 방향감각을 잃게 되며 타자성(alterity)를 잃게 될 것이라 말한다. 로봇이 감정적이고 우리에게 친밀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서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설계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로봇은 대체물이다. 우리는 사교 로봇에 대한 꿈을 꾸며 더욱 네트워크 속에서 기술이 발전되고 그 안에서 친밀함과 위로를 받기 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생각이 진정성과 독특함을 혼동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또한 이와 같은 상태에서 깨어 있기 위해 우리는 기술의 통제권을 쥔 주도자가 스스로임을 끊임없이 상기하며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봐야한다고 말한다. 


 올해 현대그룹에서 주최한 ‘ZERO1ONE DAY 2019’ 에서 논의된 ‘로봇이 인간이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대다수 답했다. 예컨데, 2018년 ‘서울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에서는 ‘인공지능이 예술을 할 수 있다.’를 전제로 포럼이 진행되었다. 네트워크 사회에서의 활동은 우리의 소통 범위를 확장했다. 더불어 기술의 발전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가 빠른 속도로 과거로 되어가는 복잡한 연결 사회 속에서 기술은 더욱 우리의 감정과 자아를 압박하고 있다. 나는 이런 네트워크 사회 속에서 두가지의 질문을 던져보려한다. 


 우선, 네트워크 사회에 대해서다. 사회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H. Maslow)는 고립되기를 두려워하는 본성, 즉 ‘연결됨’과 ‘소속됨’을 지향하는 본성을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들 중 하나로 규정했다.  이 욕구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를 만들어냈다. 욕구는 우리의 감정을 유도한다. 감정은 행동을 통제한다. 특히 네트워크는 우리의 정신과 감정을 부정적으로 압박한다. ‘SNS 피로감’은 SNS를 사용하며 얻게 되는 신체, 정신적 피로를 일컫는 개념이다.  실제 2015년도에 카카오톡 피로감이 회피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전계찬, 2015)가 진행되었다. 결과, SNS에 대한 기계적 회피 행동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피로감은 ‘상호작용부담’이었다.  ‘언제나 연결되어있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이 우리의 정신을 가장 피로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결성을 이끄는 네트워크 사회에 대해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소통이 빨라지는 것과 비례하여 개인들은 자아 존립이 흔들린 채 스스로를 망각한다 . 이는 자아의 상실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감정에 공감할 수 없게 만든다. 도덕적 책무를 전제하지 않은 행동을 유도한다. 그렇게 인간소외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셰리 터클은 그의 저서에서 세상에게 질문한다. “어디에서 살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 ”. 우리에겐 이렇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와 깨어있음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고독(孤獨)’을 통해 소통의 문제를 ‘양’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접근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얼마나 소통을 하느냐’가 아닌, ‘어떤 의미를 갖고 소통을 하느냐’로 다가가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실존적인 자기성찰, 즉 고독을 회피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내면의 고독을 인정해야한다.  


 영국 시인 W. 워즈워스는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 좋은 본성과 너무나도 오랫동안 멀어져 시들어가고 일에 지치고 쾌락에 진력이 났을 때, 고독은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가!” .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그녀의 강연에서 ‘현대인의 우울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관계’라고 말한다. 타인을 통해 공허를 채우지 못하면 결국 외로움이 찾아온다. 외로움은 사회적 배제와 공허함으로 인한 부정적인 상태지만 고독은 그로 인한 즐거움이다. 고독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네트워크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독’일 지 모른다.



(내용출처 : <외로워지는 사람들>, 셰리 터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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