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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겸 Oct 22. 2021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1929)

창조할 때 나는 진실합니다.

* 아래 구절들은 독서하며 인상 깊었던 문장을 적어놓은 것입니다 *



어쨌든 당신의 감정이 옳다고 믿는다면 그것에 따라도 좋겠지만, 모든 시비나 비평, 해설들은 무시하세요. 당신이 설령 틀렸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내적인 삶의 성장에 따라 서서히 다른 생각으로 바뀌어 갈 것입니다. 당신 자신의 판단만으로 조용하고 독창적이며 ,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발전하도록 그냥 두십시오.


그 발전은 모든 진보와 마찬가지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채찍질로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인상과 감정의 싹이 자신의 마음 속이나 어둠, 무의식, 그리고 이성으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불가사의 속에서 완성되게 한 채, 겸허함과 인내로 분명함이 새로 태어날 시기를 기다리도록 하십시요. 그것이 바로 예술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pp19-20


다시 말해 당신도 자연에 의지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것이긴 하지만 순식간에 커다랗게 될 수도 있는, 그런 작은 사물들에게 사랑을 가지고 단순한 봉사자로서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보세요. 그러면 모든 것이 보다 쉬워지고, 자연과 하나가 됨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p24


양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서로 가까운 것이며, 세상의 위대한 개혁은 남자와 여자가 모든 그릇된 감정과 혐오감에서 벗어나, 서로 반대되는 존재로서 상대방을 찾지 않고 형제자매로서, 이웃으로서 인식할 때 비로소 성립될 듯 싶습니다. p28



(...) 당신의 고독에 대해 당황하지는 마세요. 만일 당신이 그런 희망을 냉정하고 침착하게 도구처럼 사용한다면, 당신의 고독이 넓은 대지 위로 확산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습이라는 것 때문에 사람들은 모든 일을 안이하고 쉬운 방향으로 해결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회피해서는 안됩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어려움쪽에 지탱하고 있으며, 자연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은 모두 자기 방법에 따라 저항하고 자라며, 자기 스스로를 세우려고, 어떤 저항이나 대가를 치르더라도 독자적인 것이 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42


고독하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것이 어렵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고독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만일 우리가 지식의 범위를 초월해 먼 곳을 바라보고, 우리의 예감 이상으로 조금 더 밖을 내다볼 수 있다면 보다 깊은 신뢰감을 갖고 슬픔을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슬픔이란 뭔가 새로운 것, 알려지지 않은 것이 들어오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의 우리의 감정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고, 우리 내부에 있는 모든 것은 뒤로 한발 물러나 거기에 고요가 생겨나며,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것이 그 가운데 침묵을 지키게 되는 것 입니다. 우리의 온갖 슬픔은 긴장의 순간인데, 우리는 그것을 오히려 마비로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50


그리고 다시 한 번 고독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이 선택하거나 방치해야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고독합니다. 단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위장하거나 행동할 뿐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독하다는 것을 냉정하게 인식한 다음, 혼란스럽더라도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낫습니다. 친근하고 낯익은 것들을 모두 뺴앗겨 가까운 것은 아무것도 없고, 먼 것은 모든 게 무한히 멀기 때문입니다. 52



친애하는 카프스 씨,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큰 슬픔이 당신 앞에 버티고 있을 지라도 결코 놀라지 마십시오. 불안이 어두운 구름과 불빛처럼 당신의 손과 당신의 모든 것 위로 스쳐 지나간다 해도 의연하십시오. 55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관찰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일에 대해 지나치게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그냥 내버려두세요. 그렇지 않으면 현재 당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과 연관된 당신의 과거를 질책의 눈으로 보기 십상입니다. (...) 무력하고 고독했던 어린 시절의 관계들은 너무나 어렵고 복잡해서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 57


당신의 절망은 잘만 길들이면 좋은 특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절망은 지적이고도 비판이어야 합니다. 절망이 당신에 대해 무언가를 하려 하거든, 왜 그토록 미운지를 그것에게 물어보도록 하세요. 절망에게 증거를 요구하고 그것을 시험해 보십시오. 그리하면 그것은 당황하고 무력해져 결국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60


예술도 역시 삶의 한 방식이고,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예술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63



문이 하나씩 열리듯 그 속에서 당신이 신뢰할 수 있는 능력을 찾아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삶 가운데서도 어움을 믿어 보세요. 나는 항상 젊은이들에게 이것만은 말하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틀림없다고 확신하는 것은, 우리는 언제나 어려움에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어려운 쪽이 바로 우리 몫이지요. 우리는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 삶이 우리 것이 되고 우리 무게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66


보통 삶이 갑자기 쉬워지고 가벼워지고 즐거워졌다면, 그것은 벌써 그 사람들에게 있어 진지한 삶의 현실성과 독자성을 느낄 수 있는 힘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어려움을 사랑하고, 그것과 친해지고, 또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66


잠자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은 언제나 그냥 스쳐 지나갑니다. 방심하거나 의식이 없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73


그분의 비물질적이면서도 소박한 요소를 얻었을 때 공정성이나 어떤 명목으로도 동요되지 않는 이 세계에 대한 균형을 찾아낸 것입니다. 그분에게는 모든 것 안에서 사물의 본질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사물을 만들 가능성을 얻은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그분의 위대한 예술의 본질입니다. 이제 어떤 움직임도 그를 혼란시키지 못합니다. 74



창조할 때 나는 진실합니다. 그리고 나는 내 삶의 기초를 단순하고 소박한 기쁨 위에 무한히 두고 싶습니다. 78


지금 나는 작지만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답니다. 온갖 불안이 지나간 뒤에 이제 정원에는 처음으로 조용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81


그 사람은 나를 이용할 대로 이용했고, 내 생명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과 사물을 빼앗아 그의 몰락을 위해 남김없이 소비해 버렸습니다. (...)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은 고스란히 지키면서 손해 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절망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88


내가 사람들을 필요로 해서 기다리다 돌아보면, 나는 언제나 형편이 더욱 나빠집니다. 슬픔 속으로 점점 더 빠져들 뿐이고 죄를 짓게 됩니다. 89



우리는 때로 행복이나 순수한 감격 속에서 더러 그 전체를 파악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전체는 오류, 과오, 결함, 인간과 인간 사이의 원한, 절망, 그리고 우울 등에 의해 언제나 방해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날마다 우리와 관련된 모든 일에 의해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102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지나간 고독이 남긴 우울한 잘못으로 행복의 빛에 몸을 던지고, 자신의 내부에 있는 진실을 잊고 맙니다. 그러나 부인의 준비는 더욱 철저했습니다. 부인의 괴로움과 고독은 이제 진실로 빛나고 반사되어, 그 어떤 것이 주는 광채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되어 비로소 부인의 행복은 순수하고 확실한 보증과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을 얻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 진지하게 보이는 지참금을 부인은 새로운 깨끗함 속으로 성실하고 억세게 지니고 들어갔기 때문입니다.105


앞으로 삶이 어떻게 나아가든 먼 훗날 우정과 수확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인간적인 믿음 속에 남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제발 믿어주세요. 그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며, 영원토록 간직해도 좋을 것입니다.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한 가지 일에 열중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이해심이 깊으며 뜻을 같이하는 우정이란 얼니아이의 성장과 함께 한 인간에게 주어질 수 있는 것 중에 최대의 것입니다. 107



부인께서 그렇게 정직하고 확고한 마음으로 그것을 건드리면, 여기에 있는 내게도 그 음향의 종소리가 들리며, 그 소리가 자유롭고 넓은 공간 속에서 울린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힘들고 참기 어려웠던 겨울이 부인에게는 틀림없이 일종의 얼어붙은 기쁨처럼 되었을 것입니다. 113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의 중심을 찾아야 하며, 거기서부터 힘껏 자라나야 하오. (...) 결국 순수함과 같은 것이 문제가 되며, 그 자신으로부터 얻어진 사물을 깊이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오. 마치 스케치할 때와 마찬가지로 눈기릉ㄹ 사물과 밀접하게 연결해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면서도, 손만은 자기 길을 묵묵히 혼자서 가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요. 가다가 불안을 느끼고 흔들리다가는 다시 고요해지고, 기뻐하는가 하면 별처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만 빛을 내며 시야 속으로 깊이 사라져 가는 거요. / 나는 작품을 만들 때마다 항상 그랬던 것 같소. 눈으로는 멀리 있는 사물들을 바라보면서도, 손은 혼자서 자기 일을 하는 것 말이오. 131


내 창작품은 삶에 대한 직접적인 감탄과 그것에 대한 일상적이고 무한한 놀라움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언제나 받아들여야 합니다. 150



당신의 능력이 내게는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순수한 태양빛을 형성해주며 당신으로 하여금 그 태양빛의 통일과 열기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은, 오로지 수정체처럼 모든 것이 하나로 뭉친 체험 때문인 것 같습니다. 157


우리의 본질은 끊임없이 강하게 변화되고 있으며, 죽음이 지닌 어떤 새로운 것보다 결코 못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런 이상한 변화를 보이다가도 어떤 특별한 시점에 와서는 어쩔 수 없이 서로의 길을 가야 합니다. 158


인간이 진리와 함께 있는 한, 진리는 결코 그 자신의 엄격한 고귀함을 잃지 않습니다. (...) 진리가 가진 엄격함과 어려움에 대한 믿음이 나날이 쌓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고독의 감정으로 애인에게 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슬픔과 눈물을 통해 부정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사랑이란 감정조차도 고독하게 서로 떨어져 있을 때만이 발전되고 완성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157


인간은 서로 연관된 감정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아 커다란 즐거움을 가지려 합니다. 그리고 이별의 감정 속에서 사랑은 일상적인 것이되며, 상대방에 대한 크고 대담한 욕구라는 문제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 만일 당신이 관대하고 외롭지도 절망적이지도 않은 만족스러운 사랑을 얻게 된다면, 그런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제 내 결론은 여기서 끝나게 됩니다. 158



당신을 느닷없이 냉랭하고 풀 한 포기 없는 산 정상으로 끌고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질문에 대해 모든 관계 속에서 내가 대답을 하려면 나도 멀리까지 올라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든 판단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관계 속에서 말입니다. 마치 우리를 이해하지도 않으면서 우리를 붙잡고 도와주고 있는 자연이 존재하듯이 말입니다. 159


작년에 덮은 흙더미에서 새로운 싹과 잎이 돋아나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내 잘못입니다. 167


그러나 도대체 공포의 가면을 쓰지 않은 달콤함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두려움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입니다. 사실 삶 자체도 결국은 무서운 것이 아닐까요? 살아가며 생기는 무서움을 적으로 부정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무서움은 바로 우리 것이며, 우리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그 공포를 긍정한즌 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삶이 지닌 그런 무서움을 강하게 부정하는 사람은 결국 변두리로 쫓겨났다가 어떤 결정적인 시기가 되면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니게 됩니다. // 무서움과 행복은 신의 머리에 달린 두 개의 얼굴 입니다.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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