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페이버릿(The favorite, 2018)'은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사람 ; "여성이라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요르고스 란티모르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성이라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이 영화는 단순한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다.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여자 캐릭터를 표현한다. 앤, 사라, 아비게일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머뭇거리지 않는 모습에서 가장 자신 다운, 인간다운 면모를 보인다.
여성 ; "마스카라 번졌어요. 화장 다시하고 올래요?"
애비게일이 할리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큰 쾌감을 안겨주었다. "사내 새끼가 어디 감히 여자를 놀려요?". 오히려 외모에 관심을 갖는 건 남자들이다.
영화 속 여성은 남자의 페니스에 유혹 당하지 않는다. '남성적'이 시대착오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의 상징이라는 증거다.
장소,
안타까운 특유의 불편을 잘 담아내는 란티고르의 장치인지, 여성들은 '궁'에서만 욕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밖에서는 다시 권력 그 아래의 '여성스러운 여자'가 되어버린다. 예컨데, 사라가 말에서 떨어지고 창녀촌에서 일어났을 때 당했던 일, 첫 장면에서 앞에서 능욕적인 표정으로 자위하던 남자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결국 마차에서 내릴 때 조차 수치를 당하는 애비게일의 모습이 그렇다. 한정된 공간에서만 자신의 모습을 펼칠 수 있는 현실이 은유적으로 느껴졌다.
토끼 ; 귀여워보이는 외모 뒤에 숨어있는 거대함
토끼는 여간해서 소리를 내지 않는 과묵한 동물이다. 하지만 위협을 느끼거나 고통스러울 때는 신음소리나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360도를 볼 수 있는 눈 때문에 도망치면 잡기가 매우 힘들다. 나는 이런 특징에서 광각 캠이 토끼의 시점으로 은유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초식동물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육식하는 개체가 있다고 한다. 영하로 기온이 떨어져 먹을 것이 없을 경우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간헐적 육식을 하는 것이다. 이런 토끼들은 생각보다 덩치가 크다. 세상에서 가장 큰 토끼는 길이가 130cm, 몸무게는 22kg에 달한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토끼는 '맹수'다. 비교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스는 토끼같이 작고 귀여운 동물들이 늑대나 호랑이 같은 맹수들보다 자신의 공격성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