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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겸 Jul 03. 2021

[태풍이 지나가고(2016)] 인생이라는 거 단순해

이 시대에 감사해야지. 이 불쌍한 시대에

* 영화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생각을 담았으며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After the Storm (2016 , 海よりもまだ深く, 드라마, 12세, 117분)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츠
출연 : 아베 히로시, 마키 요코,  고바야시 사토미
배급 : 가가
제작 : 아오이 프로모션, 반다이 비주얼 컴퍼니, 후지 텔레비전 네트워크

출처 - 위키백과



도대체 언제까지 잃어버린 것을 쫓아가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그렇게 살면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은데

(...)

행복이라는 건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손에 받을 수 없는 거란다
 - 료타의 엄마, 요시코 시노다

 단순하게 살아내고, 고요히 태풍을 견디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정리할 틈을 마련해주는 영화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의 2019년 개봉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참 재미있게 봤다.  '가족' 공동체를 통해 인간, 사회의 미묘한 관계를 잘 담아내는 감독이라는 생각이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본 후 '사람의 진심' 이란 뭘까? 란 물음을 떠올렸다면, 이 영화로는 '생각보다 삶은 단순하구나'라는 답을 얻었다.


휘몰아치는 태풍이 잠잠해지면 하늘도, 바다도 고요해진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자연의 흐름 속에서 부딪쳐 깨지고, 다시 일어서는 게 삶이 아닐까. 그렇기에 더욱이 우리는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도쿄에 올라와서 (..)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모든 사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 모든 사물과 나 자신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둘 것. 그것뿐이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중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렇게 돌고 돌아가는 걸까. 내 시선은 왜 그리 복잡하고 진지하게 삶을 조망하게 될까.


 영화 속 료타의 의뢰인은 "언제부터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이기 시작한 건지" 라 읊조린다. 료타는 이를 수첩에 적어두고, 다시 포스트잇에 끄적여 책상 앞에 붙인다. 그는 그의 인생이 꼬이고 얽혀 풀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소설 속에 이 말을 어찌 녹여보고 싶었던 걸까.


 료타의 욕망(慾望)은 그의 삶을 보다 '꼬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욕망이란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하는 마음'이다. 그는 이혼 후 이미 자신에게 질려버린 아내 쿄코와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아 하며 공무원을 꿈꾸는 아들 싱코의 호감을 다시 누리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또 다른 자신의 "慾(욕)" , 소설가로서의 영광을 결코 포기하지 못한다. 행복을 보장해줄 거라는 환상 속, 그의 신기루 같은 두 개의 욕망은 삶을 얽히고설켜 풀릴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불쌍한 이 시대"에 우린 더 단순하게 나를 바라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수많은 가치와 이야기 속에 묻히고 묻혀 내 본질이 쉽게 잊혀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였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이 너무나 가볍게 잊히는 시대다. 그래서인지 료타 엄마의 대사를 더 깊게 되뇌게 되었다.


"단순해

인생이라는 거 단순해"


태풍이 지나간  느껴지는,  잠잠한 고요함과 같이 하루가 복잡하지 않고 간일하게, 보다 단일하게 살아가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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