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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 바이 미(1986)] 삶, 친구 그리고 나

“돌아오니까 마을이 달라 보였다. 작아 보였다.”

by 이가겸


스탠 바이 미, Stand By Me (1986, 드라마/모험, 미국, 청불, 89분)
감독 : 롭 라이너
원작자 : 스티븐 킹 <시체>
출연 : 리버 피닉스(크리스 역), 윌 휘튼(어린 고디 역), 제리 오코넬(번 역), 코리 펠드먼(테디 역), 존 쿠삭(데니 역), 키퍼 서덜렌드(에이스 역)
배급 : 콜롬비아 픽쳐스
스크린샷 2021-06-05 오후 3.15.59.png 출처 : JustWatch Search (2021.06.05 검색)

줄거리 : 작가인 고든은 어릴 적 살던 캐슬록 마을에서의 짧은 모험을 떠올린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때문에 갑갑한 생활을 했지만 동네 꼬마들의 대장이었던 크리스,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아버지를 존경했던 테디, 착한 꼬마 번 등 세 친구. 그리고 독서를 좋아하던 자신을 포함한 네 명이 어린 시절 겪었던 모험을 회상한다. 어느 날 번은 크리스와 테디, 고디 등 패거리에게 며칠 전 행방불명된 소년의 시체가 숲 속에 있다는 얘길 들려준다. 만약 시체를 찾아낸다면 그들은 마을의 영웅이 된다. 기대에 부푼 네 명의 소년은 모험심으로 가득 차 숲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캐슬록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가보지 못한 그들에게 이 여행은 다른 세상을 향한 첫 경험이었다. 이틀간의 짧은 여행 끝에 아이들은 시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이 여행이 아이들에게 남긴 것은 다른 것이었다. 네 명의 소년들에게 이 여행은 추억일 뿐만 아니라 어른이 돼가는 귀중한 한걸음이었던 것이다.



틀어놓고 읽어보세요 :)

(https://youtu.be/c5hDjpi_HM0)



이 영화는 어른이 된 고디의 회상이다. 간간히 나오는 고디의 아픈 기억, 친구들에 대한 추억은 하나의 스토리를 이룬다. 기억은 주관적이다. 고디의 기억 속 사건들이 아픔인지, 추억인지는 알 수 없다. 영화는 삶의 기억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특히 ‘사람’, 친구들의 존재감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영화는 잔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Scene#1. 삶의 경험


“주인은 1,281명뿐이었지만 내게는 그 마을이 세상의 전부였다”

(…)

“돌아오니까 마을이 달라 보였다. 작아 보였다.”


영화는 1,281명이 사는, 시골의 작은 마을 캐슬록에서 ‘길’을 떠나 걷는 네 친구들의 모습을 틈틈이 끼워 보여준다. 마치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함께 그들과 길을 걷는 듯 느껴진다. 이는 단순히 죽은 레이 브로워의 시체를 찾아 떠나는 여정으로 보이지만, 이 ‘떠남’은 한 단계의 자아 성장과 경험의 확장의 시작점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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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모두 어떤 시작을 한다. 새로운 길을 걷고, 다시 돌아왔을 때는 내가 알던 내가 아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머신 버튼을 누른 후, 커피를 마신 뒤 우리의 기분도, 입 속의 향도 다른 것처럼 말이다. 친구들과 도전과 역경을 헤치고 돌아온 고디에게 마을은 자신의 전부에서 작은 세상의 일부가 되었다.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우리에게 ‘Re-New’ 선물하기 때문이다.




Scene#2. 친구


“세월이 가면서 테디와 번과는 점점 뜸하게 만났고, 결국 졸업 사진 속의 두 얼굴로만 남게 되었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친구들도 식당의 일꾼처럼 내 인생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 이후 난 12살 시절의 친구 같은 친구는 결코 만나지 못했다. 다들 그렇겠지?”


철로에서 기차 앞에서 무모한 짓을 벌이는 테디, 억지로라도 끌고 내려오는 크리스, 두 사람의 화해를 기다려주는 고디와 번. 친구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도 손잡고 화해를 하다 부딪치기도 하고, 그렇게 성장의 한 단계를 같이 구성 해나 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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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끝내주는 시간이야. - 최고지 - 죽여줘 - 번의 애기는 단순히 고물상에 무단 침입하고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 철길을 따라, 할로우로 가는 것만 뜻하진 않았다. 그런 뜻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이상의 의미였고, 우린 모두 그걸 알고 있었다.”


친구, 좋은 사람과 함께할 때 느끼는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그때, 즐거움, 기쁨, 행복, 만족감을 느낀다. 우리는 ‘난 지금 성장하고 있어.’라며 삶의 길을 걷기보다(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 것), 길을 걸을 후 그 끝에서 ‘아 내가 한 단계 발전했구나’라고 생각한다. 그 길에서 재미까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그렇게 재미있게 내가 삶을 이겨내도록 해주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친구이자, 동료이자, 이웃으로서 말이다.


크리스는 고디에게 말한다. “내가 너희 아빠라면 정말 좋겠다. 내가 아빠였으면 넌 멍청한 취업반 따윈 얘기할 필요도 없었을 거야. (…) 아이들은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모든 걸 잃게 돼 있어. 너희 부모님이 너무 엉망이라 널 돌볼 수 없으면 내가 돌봐줘야겠지.”


형 데니만 챙기던 아버지, 형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과 기쁨의 모순된 감정에서 괴로워하던 고디에게 크리스는 최고의 친구였다. 4명의 친구들은 서로를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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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순간을 기쁘게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존재다. '친구를 갖는다는 건,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과 같다'라는 격언이 있다. 서로의 인생이 맞부딪치고, 교차하면서 그렇게 기억을 한 땀, 한 땀 이어간다. 우리는 그렇게 넓어지고 더 큰 꿈과 미래를 마음에 품게 되는 게 아닐까.


영화의 고디의 회상을 마지막까지 함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어릴 적 경험과 주위 관계를 생각해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기쁜 추억보다, 아픈 기억이 더 깊게 남아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추억이 그 옛 아픔을 덮지 못할 정도로 적거나, 아픈 기억이 너무 깊어 기뻤던 감정을 잊었거나. 그럴 때는 '나' 자체의 삶을 음미하고 즐겨야 하는 것 같다. 결국은 고디 '자신'의 회상이었던 영화의 플룻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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