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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겸 May 10. 2021

[노매드랜드(2021)] Just Houseless

Nomadland(2021, 클로이 자오)

 Vanguard. 전위, 선구자라는 뜻의 단어로 주인공 펀이 사는 밴의 이름이다. 영화 속 차량은 그들에게 “고유한 개성을 갖춘 소중한 존재”다. 아픔을 겪고 이겨낸 펀처럼 Vanguard는 강하다.


 영화 초반 이웃 여자아이가 펀에게 “Homeless”가 된 것이냐 묻자 벤은 이렇게 대답한다.


“I’m not a homeless. I’m just houseless”

펀에겐 돌아갈 따뜻한 가족과 이웃이 있다. 주택 건물 자체를 소유하지 않을 뿐, 펀의 정과 마음이 깃들어있는 집  ‘House’는 오히려 곳곳에서 펀을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펀의 여동생 부부는 부동산 관련 일을 하고 있다. 펀은 다만 스스로 삶을 선택했고, 강해져 갈 뿐 Homeless가 아닌 거다.




 강인한 펀의 눈빛이 약해질 때가 있다. 바로 남편과의 사별을 떠올리는 순간이다. 영화가 흘러 흘러 다시 유랑민 공동체를 이끄는 밥 웰스를 만난다. 다시 그녀의 눈빛이 약해지고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한다. 그때 밥은 펀에게 말한다. 우리는 결국 모두 길 위에서 다시 만난다며, 유랑의 삶에서 영원한 작별이 없다고.


 펀은 길 위에서, 가깝게 때론 멀게 자연과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아픔과 위로를 하나씩 씨줄, 날줄로 엮어간다. 이 줄은 펀에게 단단한 힘이 되고, 영화를 넘어 이 시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선구하는 Vanguard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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