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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겸 Oct 22. 2021

난 그간 나에게로 돌아가 있었다.

211022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언제나 서둘러 나에게로 되돌아갑니다. 당신도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 당신 자신을 찾아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그간 나에게로 돌아가 있었다.


궂은 태풍도 지나갔고, 잠깐 여유로운 구름 그늘에 휴식을 취한 날도 있었다. 그 나날 동안 나는 글쓰기를 회피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고, 나의 글을 읽는다는 걸 상상하기만 해도 부끄러웠다. 그래서 이 브런치 채널을 폭파시키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내 완벽주의, 어떤 지적인 측면에서의 고질적 집착이 동기가 되었겠지. 아마.


어떤 이들은 멋들어진 인용구를 쓰며, 감히 나는 상상조차 못 하는 비유로 자신의 인사이트를 적어 내린다. 난 이를 질투의 감정으로 바라보고, 겸손으로 포장하며 스스로를 속여왔다. 하지만 다시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작년에 덮은 흙더미에서 새로운 싹과 잎이 돋아나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내 잘못입니다."


" 창작품은 삶에 대한 직접적인 감탄과 그것에 대한 일상적이고 
무한한 놀라움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언제나 받아들여야 합니다."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나의 글을 쓴다는 일은 참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내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 광대한 세상에서 난 한없이 작은 우주먼지와 같다. 그러니까 아무도 너 글 신경 안 써. 걱정 말고 네가 뱉고 싶은 글을 끄적여봐"라고.


그래서 짧게나마 매거진 '끄적' 새로 만들어서 이곳에 작은 에세이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나의 성찰, 영감, 통찰을 모두 담아   쉽고 간결히 글을  내려가 보고 싶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로 판가름 나는  아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항상 경영진에게 "당신이 하는 사업의 본질이 무엇이냐" 질문을 했다고 한다.  '격물치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해 사물을 꿰뚫어보며 지혜를 다듬어가는' 사람이었다. 이를 읽고 나에게 돌아가 찾은 나의 본질을 잃지 않으리라. 다짐이 들었다.


 시작을 나만의 시간성을 만들어내는 기조로서 담담히 이끌어가 보고 싶다.


이 매거진에는 주제도 없고, 테마도 없다. 감성 에세이, 일상 에세이일 수도 있다. 이 앞 문장을 글에 씀으로써 나에게 생기는 글과 브런치 채널에 대한 틀을 없애본다. 내가 이곳에 쓸 글은 다만 '이가겸'이 느껴온 순간, 그 하루를 담아내는 그리고 이에 공감할 누군가와 소통할 장일 뿐이다.


누군가 시작할 용기가 필요하다면   글을 봤으면 좋겠다.


나 같은 사람도 있다고. 걱정말라고. 일단 써보라고.


(브런치에 무슨 글을 쓸지, 무슨 카테고리를 어떻게 구분해야할지 아주 고민하면서 겉으로는 당당한 척 하게 되는 인간의 모순을 모두 가진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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