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괜찮을까?

고위험군 고령 산모의 기형아 검사

by yololife

'고위험군 고령 산모'라는 타이틀

내 몸이 딱히 늙은 것 같지 않은데 병원에서의 나는 '고령'인 임산부이다. 거기에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의 태아가 내 안에 있어서 '고위험군'으로 분류가 된다.


자라면서 인터넷이나 TV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령 임신은 고혈압과 임신성 당뇨 등으로 유산이나 조산할 확률도 높고, 기형아 출산 확률도 높으니 빨리 결혼해서 임신을 하고 출산하세요.'의 말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거기에 쌍둥이라는 상황이 더해진다면, 아무리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혹시나? 설마 나에게? 잘못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란 생각을 안 할 수 있을까? 임신을 위해 보통 3개월 전에 엽산을 먹기 시작하면 좋다고 하는데, 본의 아니게 나와 남편은 1년도 넘게 복용을 해서 기형아에 관해서는 엽산의 힘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기사들에서는 기형아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게 65%라는 글을 접한 적도 있어서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에 임신으로 들떠있고 행복한 미래만 생각을 했지만, 기형아 검사가 다가오자 이래저래 마음이 쓰였다. 특히 다운증후군에 대해서도 인터넷의 경험담을 가끔 찾아보기도 했고, '만약 내 아이가... 그렇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밤잠을 설쳐본 적도 있었다.

나는 쌍둥이를 임신 중이라 한 명이라도 걱정되는 상황이 온다면?을 가정한다면 최소한 다른 단태아 산모들보다는 2배 더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뭐든 일이 일어나면 그때 생각하자고 많은 걱정을 하지 않는 성격인데, 두 명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조금 더 소심해졌다.





기형아 검사가 다가오자 병원에서는 어떤 방식의 기형아 검사를 할지 팸플릿을 주며 검사 때까지 선택해 오라고 했다.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는데 크게는 니프티 검사를 할지 아니면 그냥 일반적으로 흔히 하는 검사를 할지를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고령임신인 경우에는 니프티(NIPT)를 권하기도 한다고 했다. 니프티 검사는 선별검사이지만 발견율이 99%로 매우 높지만 비용이 비싸다. 산모 배에 바늘을 꽂아 아이를 다치게 할 위험과 양수염증 가능성의 부작용이 있는 양수검사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검사는 엄마의 혈액검사로 아기의 DNA를 측정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1차 기형아 검사를 해서, 어떤 위험 요소가 있으면 니프티 검사를 추가로 검사해본다고 했다. 한 번에 정확도 높은 니프티 검사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일반검사 후에 문제가 있어 보이면 그때 추가로 니프티를 하던지의 문제였다.


어떤 검사를 할지 선택하는 것에 앞서, 검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부모라면 의학적으로 뾰족한 수가 있지 않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그런 일이 없길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기형아검사가 어찌나오든 우리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별 고민 없이 니프티 검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Photo by Ben White on Unsplash



1차 기형아 검사

드디어 생애 첫 기형아 검사를 하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의사는 "아이들이 진짜 얌전하게 교과서에 나오는 자세로 있네요." 하며 나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새 6cm 넘게 커서 머리, 몸통, 다리도 보고 기도하고 있는 듯한 손과 콧대도 초음파로 확인을 했다. 그 좁은 공간에서도 몸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게 참 신기했다.

그리고 긴 척추뼈들을 보는 순간 울컥했다. 엄마 걱정과 달리 어느새 이렇게 잘 자라고 있구나. 란 생각에 감격스러웠다.

전체적으로 태아의 주요 검사를 하고 목덜미 투명대 길이로 여러 위험을 알 수 있는데, 몇 미리 인지도 모를 정도로 우리는 아무 이상 없이 다행히 지나갔다.

집에 오는 길 차 안에서 우리 부부는 진짜 바라는 것 없이 건강하게만 출산하고 자라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이야기했다. 그때 창 밖에는 하교 후에 집에 가는 학생들을 우르르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 저 학생들만큼 자랄까? 지금 겨우 내 배안에서 몇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건강에 대한 생각이 많은데, 저 학생들처럼 건강하게 자라준다는 것은 평범하지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일까? 저 학생들의 부모도 오랜 시간 동안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려고 노력했겠지? 새삼 이런 게 부모의 마음인가 싶을 정도로 아주 조금 알 것 같았다.




2차 기형아 검사

일요일 오전에 우리 부부는 자주 보는 '동물농장' 프로그램에서 고양이가 5마리 새끼 고양이를 출산하는 장면이 나왔다. 남편이 전에는 무심코 보던 동물들의 출산 장면이 새삼스럽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나는 '엄마는 고생했지만 5마리 모두 건강해서 너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엄마가 아무리 고생해도 아이들만 건강하다면 그 고생은 보상받겠지.


1차 기형아 검사 후 약 한 달 뒤 2차 기형아 검사가 있는데 발바닥에 갑자기 티눈이 생겼다. 티눈 제거를 위해 병원에도 가고, 독감주사도 맞아야 하는데 평소라면 아무 일도 아닌 일이 아직은 조심스럽다.

조금이라도 태아에 해가 가지 않으려나 마음이 쓰일 일이 있다면 그냥 참게 된다. 우리 엄마도 나 같은 마음이었을까? 문득 또 엄마 생각이 난다.


2차 기형아 검사를 하러 갔는데 두 아이 중 한 아기가 발달이 3일 정도 늦는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사실 3일 발달이 늦는 게 별일 아닌 것을 알면서도 괜스레 이러저러한 생각이 든다. 이 3일 늦는 게 일주일이 되고, 점점 더 긴 시간 동안 발달이 늦어지는 건 아닐까? 아마도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기형아 검사 결과가 나와야 조금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왜 난 세상 온갖 걱정이 드는지 모르겠다.


얼마 후, 기다리던 문자 메시지가 왔다. 기형아 검사 결과였다.


검사 결과는 감사하게도 "정상"이었다. 병원에서 보내주는 이 짧은 문장 하나가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괜찮은 척 하지만 속으로 얼마나 많은 걱정과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의학적으로 고령인 나이에 고위험군의 산모라는 마음에 불안했던 게 사실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산모라면 누구나 불안하겠지? 하지만 이 불안한 시기도 누구에게나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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