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을 너무 오래 기다렸다.
난임 병원에서 임신 사실을 알고 1차, 2차 기형아 검사까지 하고 나니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담당의사가 "이제 난임 병원은 졸업하셔도 될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이제 출산하시려는 병원으로 전원 하시면 돼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와 같이 눈물이 살짝 고였다.
'지금까지 잘 해냈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이제 임신 중기에 들어서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불안했던 마음을 이제는 살짝 내려놓아도 될까? 안심해도 될까?
'난 언제 난임 병원을 졸업할 수 있을까? 언제나 궁금했다. 나도 평범하게 시작을 산부인과에서 했었다면 이런 생각할 일이 없었을 텐데..'
임신 관련 카페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임신 사실을 알고 바로 산부인과에서 전원을 하기도 하고 기형아 검사 전에 전원을 권유하는 글들도 많았다. 나도 일찍 전원을 할까?를 생각해 봤지만 이 담당 의사와의 그동안 정이 많이 들기도 했고 신뢰가 있기도 했다. 생각이 많아질 수 있는 난임 시술 과정에서 군더더기 없이 씩씩한 목소리로 파이팅! 을 외쳐주는 의사가 나도 모르게 많은 힘이 되었었다. '이제 이 의사와도 만날 일이 없겠구나.'라고 생각하니 시원 섭섭한 마음까지 들었다. 보통 의사를 볼 일이 없다는 건 아픈 게 다 나은 의미니 언제나 즐거운 일인데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난임 병원을 찾았을 땐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료를 보는 의사가 원장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내 담당 의사가 새로 와서 진료를 시작했는데 원장이 워낙 유명해서 멀리서도 찾아와서 그런지 젊은 의사의 환자는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예 없었다. 시간이 점점 지나며 환자도 늘어나고 원장이 진료를 못 보는 날이 많자 지금의 담당 의사가 진료를 본 적이 많았는데 너무 친절하게 공감해주고 이야기도 잘 들어줬다. 다쳤던 마음이 조금은 기댈 곳이 있는 것 같았다. 진료 스케줄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담당 의사가 바뀌게 되었다.
난임의 시간이 길어지니 아무래도 경험이 적은 의사보다는 원장이 낫지 않을까? 란 생각이 조금씩 들 때쯤 마침내 임신이 되었다. 의구심을 품었던 것에 조금 미안함이 들었다.
Photo by Juliano Chaves on Unsplash
난임 병원에서의 마지막 진료일에 같이 간 남편에게 담당 의사와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비록 난임 과정은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행복한 결과에는 의사와 함께했기 때문에 꼭 기억하고 싶었다. 우리가 어떻게 노력해서 이 두 아이를 만나게 되었는지 힘든 일이 있을 때 사진을 꺼내 보며 감사하게 살고 싶었다. 정중하게 의사에게 사진을 요청하니 흔쾌히 들어주셨다. 사진 속의 우리 둘은 비슷한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진료실에서 그리고 수술실에서의 진심을 다해주신 거 너무 감사해요. 늘 행복하세요. 저희 부부도 덕분에 아이 둘과 늘 행복할게요.
커버사진 출처 : Photo by Baim Hanif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