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의 집밥 오래오래 먹고 싶어

엄마가 우리 엄마라서 고맙고 행복해

by yololife


몸이 마음 같지 않다. 이제 17주 차에 들어서는데 벌써 이러니 앞으로가 걱정이다.

몸과 마음이 따로다. 마음만은 20대 같은데 몸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못하겠다. 주말 내내 침대에서 벗어나는 게 힘들어 눕눕을 했다. 다른 임산부들은 17주면 잘 돌아다니던데, 난 왜 이렇게 힘들지.


임신이 원래 그런 건지, 쌍둥이 임신이 원래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벌써 아침에 눈을 뜨면 '아프다'란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입덧 외에 큰 몸에 변화가 없던 것에 비하면 중기가 되면서 몸 여기저기에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골반이 어딘가가 어긋난 것처럼 안 맞는 느낌 같기도 하고, 뻐근한 것 같기도 하다. 아직 배도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허리는 왜 아픈 걸까. 다른 사람들은 후기쯤에 갈비뼈가 아프다고 하는데, 벌써 갈비뼈가 아프다.

배는 어느 만큼 나왔는지 매일매일이 신기하고, 어디까지 나올까? 가 궁금하다. 그리고 정말 튼살크림이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튼살크림을 생각날 때마다 발라서 튼살과의 전쟁을 하는 것 같다.

이제 행복한 시간뿐만 아니라 고통의 시간도 같이 다가오는 건가. 생각보다 일찍 오는 것 같아 당황스럽기도 하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뭐할까 생각하다가 동영상으로 시간을 소비하고 싶지는 않고, 핸드폰으로 책 읽는 시간이 많아져서 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몸을 움직이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주말이면 오로지 남편이 해주는 밥만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남편이 해주는 요리도 고맙고 맛있지만 아픈 곳이 많아서 그런지 '엄마의 밥' 생각이 자주 들었다.

엄마랑 통화를 자주 하는데, 먹고 싶은 음식은 없냐고 매번 엄마는 묻는다. 물론 엄마가 해주는 건 뭐든 다 맛있어서 먹고 싶긴 하지만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언질을 주면 또 고생해서 이것저것 준비하실 테니 그냥 잘 먹고 있다고 딱히 먹고 싶은 게 없다고 둘러대곤 했다.

엄마는 하나를 사더라도 질 좋은 음식을 위해 먼길도 마다하지 않고 다녀온다. 그 정성에 엄마가 먼 타지에서 보내주는 재료나 음식은 역시나 정말 맛있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엄마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어.'라고 속으로만 뱉어보았다.





내색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후 엄마는 아빠와 함께 임신 후 처음으로 얼굴도 보고 맛있는 것도 해주신다고 지방에서 우리 집에 오셨다.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서 응석 부린 것도 좋고 정말 얼마 만에 먹는 집밥인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을 정도로 설레었다.

엄마는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하게 승용차 뒷좌석과 트렁크가 꽉 찰 정도로 음식을 빼곡히 채워오셨다. 집에 있던 냉동고와 냉장고가 통째로 우리 집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고기, 전복, 고등어, 굴, 낙지, 새로 담은 김치, 깍두기, 도라지 청, 딸기 쨈, 미숫가루, 누룽지, 각종 반찬들, 사과, 김, 현미, 다진 파 등등 몸에 좋다고 하는 건 다 싸들고 오셨다. 음식 재료도 이미 깔끔하게 손질도 다 되어있었다. 이 많은 음식들을 위해 엄마는 며칠을 장을 보고, 씻고 다듬고 분주했을까? 모두 직접 담근 것들로 재료를 사서 무겁게 여기저기 들고 다니셨을까? 마음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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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Charles Koh on Unsplash



엄마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뚝딱 만들어서 대략 15첩 반찬을 해주셨다. 식탁에 올릴 공간이 없어서 접시를 들고 먹어야 할 판이었다. 먹기도 전에 눈으로 이미 배가 불렀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원래 집밥은 맛있는 건지 엄마가 해주는 밥이라 그런지 너무 맛있어서 거짓말 조금 보태서 눈물 날 정도로 맛있고 행복했다. 엄마가 우리 엄마라 너무 좋다.


"엄마 내가 출산하고 나면 직접 엄마 밥도 해줄게. "

늘 가족을 위해 음식 하는 엄마에게 타지에 있다는 핑계로 생일날 미역국 한번 끓여준 적이 없었던 게 새삼 미안했다. 생일에 케이크를 사서 초만 꽂아봤지 정성스러운 음식 준비는 생각을 못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병상생활을 오래 하셔서 엄마도 엄마의 엄마 밥이 그리웠을 텐데. 딸이었을 땐 잘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엄마가 보인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출산 후에 부지런히 노력해볼게요. 엄마!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Kim Deachu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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