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의 첫 산부인과

by yololife

임산부가 되기 전 찾았던 산부인과는 건강검진 후 CA-125 수치가 높다며 정밀검사를 하라는 소견이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CA-125 수치가 높을 경우 '난소암'일 가능성도 있다고 적혀있어서 암울한 마음으로 산부인과를 찾았었다. 그 전에도 갑상선에 혹이 있다던지 흔한 검사를 하러 찾았었지만 '암'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공포심이 극에 달했었다. 혹이 꽤 커서 대학병원으로 가서 더 정밀 검사를 해보라는 소견이었고, 임신이 어렵다고 너무 안타까운 얼굴로 심각하다는 의사의 말에 눈 앞이 깜깜했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임산부가 되어 다시 그 산부인과를 찾았다. 쌍둥이 임신이라서 대학병원에서 출산을 할지 말지 결정을 못했지만 대학병원은 대기가 길 것 같았고 삭막한 느낌같았다. 난임 병원에서의 의사의 추천도 있었고, 산후조리원 투어 상담을 다니며 쌍둥이 출산으로 유명하다는 의사로 많이 듣기도 한 의사는 내가 임신이 어렵다고 한 그 병원에 있었다.

임신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심각하게 말하던 의사의 모습과 그 공기가 아직도 선명한데 그 병원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모습으로 울면서 나갔던 그 병원에 임신에 성공해서 돌아온 기분이 묘했다.

그 의사를 찾아가 내가 해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산부인과는 갑상선의 혹이나 잠깐의 검사로 들른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임신으로 찾은 난임 병원이 아닌 첫 산부인과는 역시나 떨렸다. 나처럼 모두가 배를 내밀고 다니는 병원. 누구와도 부딪히면 안 되겠단 생각에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남편과 함께 찾은 병원은 따뜻했다. 환자가 아닌 "산모님"으로 불리는 병원은 나를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처음으로 만나는 간호사는 바빠 보였지만 나를 위해 미소를 지어주었다. 긴 대기 시간 끝에 만난 의사는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할 말만 딱 할 것 같은 차가운 첫인상이었다. 자궁내막증, 자궁근종이 있으면서 난임 병원에서의 시험관으로 쌍둥이 임신을 하는 나를 어떻게 대해줄까? 대학병원처럼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는 건 아닐까?


의사는 첫 진료를 하고 나서 내가 조산을 할 것 같다는 우려스러운 말을 했다. 조산에 대한 어떤 근거는 없었는데 그냥 느낌상 그렇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이 크게 다가오지 않아서 그런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설마 조산하겠어? 이런 자신감이 왠지 모르게 있었다. 나는 혹 있는 거 말고는 건강하고 지금도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는데 뭘.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Ömürden Cengi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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