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3주. 분만 간접체험

둥이들아, 아직 나오면 안 돼.

by yololife

23주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남은 기간보다 지나온 기간이 더 많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안심은 되지만 골반과 허리가 너무 아픈 날이 계속되고 있다. 소화도 잘 되지 않아서, 회사에서 점심도 죽을 먹었다. 목으로 잘 넘어가지 않지만 내가 먹지 않으면 우리 쌍둥이들이 크지 않을까 봐 좋은 생각을 하며 음식을 넘겨본다. 점심시간에 밥을 다 먹고 회사 복도를 걸어가는데, 걸음을 멈출 정도로 배가 아파왔다. 찌르는 느낌은 아니고 묵직하게 조이는 느낌으로 이상했다. 평소에도 이게 배뭉침인가? 싶을 정도로 배가 조여 오는 경우가 짧은 시간 왔다가 지나가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좀 걷는 내내 길게 이어졌다. 배뭉침은 임신의 한 증상이라고 들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별생각 없이 괜찮아지겠지. 하고 잠깐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겨 일을 시작했다.


오후에 회의가 길었다. 결론이 나지 않는 것 같은 장시간의 회의로 골반과 허리가 더 아팠다. 그래서 그런지 더 배가 조이는 느낌이 빈번히 왔다. 동료들은 긴 회의에 지쳐하면서도 임산부인 내 걱정을 해줬다. 나는 내색하고 싶지 않아서 괜찮다며 걱정을 뒤로했다. 아직 퇴근 시간이 되려면 꽤 남았는데 배뭉침이 평소보다 더 오래갔다. 급히 반차를 내고 일찍 집에 가서 쉴까 하고 남편에게 지금 퇴근하겠다고 카톡을 남겼다. 남편이 오는 시간 동안 병원에 연락을 해서 배뭉침이 꽤 오래간다고 상담을 했더니, 병원에 당장 오라고 한다.


남편이 회사에 도착하여 우리는 웃으며 그냥 '별일 아니겠지만 병원에 다녀오면 마음이 편할 거야'라며 병원으로 향했다. 담당 의사는 오늘 진료가 없는 날이라 다른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태동검사를 한번 해보자고 한다. 태동검사를 하면 뭘 알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분만하기 전에 태동검사하는 거 아닌가? 란 의구심을 가지고 태동 검사실에 도착했다. 쌍둥이라 아이들이 있는 두 곳에 태동 소리를 듣기 위해 연결을 하고, 배가 뭉칠 때마다 버튼 같은 걸 누르라고 했다. 두 아이들의 심장소리가 빨리 뛰는 소리를 듣자 내 심장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 청력검사 시에 소리가 들리면 버튼을 누르라는 방식과 똑같았다. 뭔가 긴장이 돼서 그런지 배가 더 자주 세게 뭉치는 것 같았다. 검사시간은 대략 2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했다.


Photo by Sharon McCutcheon on Unsplash



검사가 끝나고 다시 의사를 만나니, 가진통으로 자궁 수축이 빈번하기도 하고 강도도 세다고 했다. 이제 23주인데 벌써 이러면 어쩌나. 이제 조금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의사는 오늘 진료가 거의 다 끝나서 분만실 센터로 이동해서 좀 더 지켜보자고 한다. 분만실이라니? 분만실에서는 분만만 하는 줄 알았는데? 거기서 조금 쉬었다가 태동검사를 다시 해보자고 했다.

인생 처음으로 들어가 보는 분만실을 임신 23주 차에 들어갈 줄은 몰랐다. 당황스러웠다.

수액을 맞으면서 휴식을 취해보고 1시간 뒤에 다시 태동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수액을 맞으면 좀 더 릴랙스 돼서 괜찮아지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처음 분만실 옆 태동 검사실에 누워서 수액을 맞으며 별일 아닐 거야란 생각으로 남편과 손을 잡고 있었다. 바로 커튼을 젖히면 다른 임산부도 태동검사 중이라 우리는 속삭이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때 분만실에 출산이 임박한 산모가 분만실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분만실에서는 수술이 아닌 자연분만을 하는 경우는 가족분만실로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마침 저녁시간이라 태동검사 중인 임산부도 거의 없고 가족분만실에는 한 명의 산모만 있는지 유독 크고 선명하게 들렸다. 작은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진통 중인 산모에게 크게 말해야 할 때는 더 잘 들렸다.


간호사들 사이에서 분주하게 자연분만을 위해 준비하며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자궁이 어느 정도 열렸다던지 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산모의 신음소리는 TV에서 봤던 것처럼 악을 지르거나 남편의 머리를 잡을 정도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 무통주사를 맞아서 그 정도의 소리는 아닌 걸까? 혼자서 궁금했다. 하지만 산모는 충분히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 고통이 내가 오늘 겪은 가진통보다 얼마나 아픈 걸까?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그 산모의 손을 잡아주며 힘내라고 응원을 했다.

23주 차 임산부가 얼굴도 모르는 출산 임박한 예비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작은 응원.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겠지만 진심을 다해 '아기야 엄마 힘드니까 어서 나오렴.'하고 바라본다.



Photo by Jonathan Borba on Unsplash



조금 지나서 의사가 들어간 후에 마침내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응애~ 응애~'하는 소리였다.

'정말 응애~ 응애~하면서 우는구나.'

"축하합니다. 산모님. 아기 건강하게 잘 나왔어요. 남자아이고요. 여기 왼쪽 손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다섯 개 맞고요.. (생략)

아기는 이제 깨끗이 씻고 다시 만날게요. 정말 축하드려요. 고생하셨어요."


분만실의 여러 명의 간호사와 의사가 계속 축하해주었다. 큰 환호소리에 복도가 쩌렁쩌렁했다. 저렇게 축하받으며 이제 그들은 엄마와 아빠가 되었다.


'정말 우리 아기 맞아요? 흐흐흑'라고 떨리며 울음 섞인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이제 비로소 엄마가 된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침대에 누워 있는 내가 왠지 눈물이 난다. 엄마가 된 그녀에게 온 진심을 다해 고생했다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렇게 그녀의 출산에 간접체험으로 출산을 하고 나니 수액을 맞은 지 한 시간이 지나고 간호사가 나에게 다가온다.

"이제 다시 태동검사 시작할까요?"


아 맞다. 난 아직 출산하면 안 되는데..

둥이들아, 아직은 나오면 안 돼.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Solen Feyissa on Unsplash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임산부의 첫 산부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