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3주의 첫 입원기

둥이들아, 벌써 나오려고?

by yololife

이제 임신 중기에 갓 들어섰다고 안심했던 탓일까? 2번째 태동검사를 하고 나서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산모님, 오늘 밤은 집에 못 가세요. 입원하셔야 해요." 의사는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남편과 나는 오늘 밤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리라고는 1%도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임신의 증상인 자궁수축이 조금 오다 말겠지 했는데, 우리 부부는 당황을 했다.


"자궁수축이 너무 세게 와서 이대로 집에 가시면 큰일 나세요. 아직 아이들이 나오기에도 너무 이른 주수라서, 입원하셔야 하고 언제 퇴원하실지는 알 수 없어요. 자궁수축이 멈춰야지 퇴원하실 수 있어요."

이 말을 들으니 뭔가 큰일이구나 싶었다. 언제 퇴원할지 모른다니. 우리 애들이 너무 빨리 나오면 안 되는데, 아직 한창 회사일은 바쁘고.. 남편은 내일 이직 면접을 보러 가야 하고, 머릿속에 갑작스러운 입원으로 복잡해졌다.


자궁수축이 오면 자궁경부 길이가 짧아졌는지가 중요한데 다행히 3.8cm라서 갑자기 아이들이 나오진 않을 거라서 우려하진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만 임신 주차에 비해 너무 빨리 자궁수축이 와서 그게 걱정이라고 했다.

정상분만은 40주이지만 쌍둥이 임신의 경우에는 37주면 출산하는 건 괜찮다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14주 정도가 남았는데, 아직도 멀었다. 큰일이다.


그동안 임산부가 주말에도 회사일이 많아서 집에서도 하고 평균 잠도 5시간 밖에 못 잤다.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에서 임신 전처럼 살아서 우리 쌍둥이가 힘들었구나. 미안함이 몰려왔다.

병원에 입원해서 언제 퇴원할지 모른다는 말을 들으니 눈앞이 점점 캄캄해졌다.

지금 내게 가장 큰 임무는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세상에 나오는 것인데, 엄마는 너무 눈앞에 닥친 현실과,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다 보니 무리를 했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 전화를 하고 진료를 본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남편과 나는 정말 가슴을 쓸어내렸다.




입원을 진행하면서 자궁수축 억제제인 '라보파' 수액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이 수액은 보험이 되지만 부작용이 심하다고 했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림, 얼굴이 달아오름, 구토, 두통, 손발이 떨리거나 저릴 수 있다거나 그 외에도 말했는데 여기까지 겨우 기억이 난다. '약이나 주사에 부작용이 잘 없는 편이라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수액을 맞기 시작하자 가슴이 급격히 두근거렸다. 간호사에게 말하니, 처음이라 더 그럴 수 있다고 조금만 참아보라고 했다. 맥박이 빨리 뛰는 게 느껴졌다. 깊은 심호흡을 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을 견디고 나니 점점 가슴 두근거림이 처음보다는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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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arcelo Leal on Unsplash



수액을 1시간 정도 맞은 후에, 다시 태동검사를 한다고 했다. 나는 아직 분만실 태동 검사실에 있다.

입원하기로 해도 입원실로 올라갈 수 없다고 했다. 자궁수축이 어느 정도 잡혀야 갈 수 있다는 말에 점점 지쳐갔다. 남편은 내가 수액을 맞는 사이에 집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왔다. 다행히 3번의 태동검사를 한 후에 입원실에 입실을 할 수 있었다. 별생각 없이 병원에 온 후 8시간이 흐른 새벽 1시가 넘어 입원실에 배정받아 난 이제 침대에 누웠다. 자궁수축이 와서 아픈 것도 힘든데 태동 검사한다고 대기하고 수액 맞고 대기하고 결국 저녁도 제대로 못 먹었다. 분만실이라서 냄새나는 음식은 먹을 수 없다고 해서 남편이 병원 앞 편의점에서 빵을 사 와서 겨우 조금 먹은 게 다였다. 임산부한테 너무 가혹한 시간인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입원하다가 조산하겠다.' 싶었다.


겨우 입원실에 누워 잠을 잘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간호사가 들어와서 아기 심장박동수가 괜찮은지, 혈압은 괜찮은지 그리고 체온은 괜찮은지를 체크한다고 한다. 분만실에서 올라오기 전에 했던 것을 다시 한다고 하니 짜증이 살짝 났다.

너무 피곤해서 간호사에게 "분만실에서 다 하고 올라왔는데 다시 해야 해요? 저 너무 잠 와요.." 투정을 부렸다.

"피곤하시겠지만 절차상 입원실에서 다시 해야 해요. 금방 할게요."

누구를 위한 절차인가..

체크를 다 하고, 남편을 집으로 보냈다. 마음은 낯선 입원실에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았지만 남편을 보내야 했다. 내일 중요한 면접인데 괜찮을는지 걱정이 됐다.





얼마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간호사는 내가 누워있는 곳에 불을 켰다.

아기 심장박동수 체크를 하고, 혈압을 체고, 체온을 재야 한다고 했다.

시계를 보니 4시였다. 불과 3시간 전에 다 쟀는데..


쌍둥이다 보니 심장박동수를 두 번 찾아서 들어야 했다. 입원해서 좋은 게 있다면 아기 심장 박동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구나 싶었다. 아기들이 잘 있는지도 안심이 되었다. 모든 건 정상이었다.

그리고 피검사를 위해 피를 뽑아갔다. 그리고 진료가 시작되면 '라보파'를 맞으면 부작용으로 폐에 물이 찰 수도 있기 때문에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한다고 했다. 폐에 물이 차다니.

'어마어마한 수액을 내가 맞고 있구나.'

그래도 수액을 맞아서 그런지 자궁 수축이 약하게 있긴 했지만 입원 전처럼 심하진 않았다.

수액이 몸에 맞아서 다행이다.


간호사는 다시 불을 꺼주고 난 다시 잠을 청했다.

그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입원 첫째 날이 밝았다.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Marcelo Lea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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