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3주의 퇴원기

by yololife

새벽에 간호사가 다녀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밥을 가져다주었다.

병원에서는 잠도 편히 못 자는구나. 생애 첫 입원은 아니지만 내 의지가 아닌 정해진 루틴이 있는 게 새삼 불편했다. '더 자고 싶은데. 이제 8시밖에 안되었는데.'

하지만 어제 저녁밥을 못 먹어서 배가 고파 몸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동도 하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게 너무 편했다. 다행히 병원밥은 맛있었다.


밥을 먹고 있는데, 간호사는 밥을 다 먹고 의사 진찰도 하러 진료실로 오라고 하고, 그 후에는 간단한 검사들도 해야 한다고 했다. '아 자고 싶다.'




병실이 워낙 조용해서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가 몸상태를 말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바로 옆에 있는 환자는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데 자궁수축으로 3달째 입원 중이라고 했다. 매일 밤 첫 아이와 조용하고 짧게 영상 통화했다. 아이가 엄마를 무척 보고파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돌아와서 할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아빠가 곧 재워줄 예정이라고 했다. 아이가 있으니 남편이 병원에 잠깐 들를 시간도 없어 보였다. 3달째 거의 이런 일상을 보내고 있는 얼굴 모르는 임산부가 안쓰러웠다.

그나마 나는 아이도 없고, 남편이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근데 나도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안 되는데.

아기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불안감과 답답함을 어떻게 견뎌야 하나. 생각하기도 싫었다.


의사는 절대로 돌아다니지 말고 화장실 갈 때만 움직이고 침대에서 누워만 있으라고 했다.

쌍둥이들이 그동안 제대로 못 쉬었던 걸 푹 쉬라는 의미에서 그런가 보다 하고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어제 철렁했던 마음이 수액을 맞고 나니 진정이 되었다. 어려운 일이 있다면 좋은 일이 생기겠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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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실인 병실은 아주 조용했다. 커튼을 쳐놓고 있으니 방에 아무도 없고 혼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의 생사를 확인할 때는 간호사가 와서 말을 걸 때나 밥을 먹을 때였다.

보통의 병원처럼 TV도 없어서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간호사도 너무 친절했다.

바쁜 와중에도 말을 참 따뜻하게 해 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4일 동안 같은 루틴이 반복되었다.

새벽 5시경에 혈압체크, 쌍둥이의 심장박동 소리 듣기, 온도 체크를 위해 간호사는 나를 깨웠다.

다시 잠들어서 8시가 되면 아침밥이 나온다. 오전에 의사가 회진을 돌고 간호사가 수액을 체크하러 들른다. 12시쯤 점심밥이 도착하고, 4시쯤이 되면 다시 혈압체크, 심작박동소리, 온도 체크를 한 후에 6시가 되면 저녁밥이 나온다. 다행히 자궁수축 억제제 라보파의 부작용은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수액 맞는 걸 멈출 정도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폐에 물만 차지 않기를 바랄 뿐.

입원하면서 제일 괴로웠던 게 샤워를 못한다는 거였다. 샤워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자궁수축이 와서 움직이면 안 될 것 같다고도 했고, 무엇보다 혈관에 수액을 놓는데 그걸 뺐다가 다시 꽂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 그 아픔을 감내할 정도로 샤워가 급한 건 아니지. 병원에서 샤워는 사치지.'


입원 3일째 되는 날 라보파 수액을 끊고 나서, 자궁 수축이 다시 오는지 지켜본 후에 다음날 태동검사를 해서 괜찮다면 퇴원해도 좋다고 했다. 3일째 되는 아침부터 떨렸다. 그 태동검사를 하는 20분 동안 내 퇴원이 결정된다.

임신 초기에는 조심한다고 집에만 있었고, 이제 중기가 돼서 뱃속의 애들을 핑계로 비싼 거나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려고 했는데 입원이라니. 살짝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좋은 생각만 하자. 우리 쌍둥이들 편한 생각만 해야지. 빛도 안 들어오는 작은 병실에서 숨죽여 잠만 자는 것 3일까지만 하고 싶다. 나가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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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검사 실에 가기 전에 가진통 체크하는 앱으로 체크 횟수를 보았다. 보통 한 시간에 5~6번 정도 배뭉침이나 자궁수축이 있으면 빈도가 잦아서 안 좋은데, 수액을 끊고 나자 한 시간에 6번 정도가 있어서 불안정했다.

아무래도 많이 자서 몸 컨디션이 좋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애써 잠을 청해보았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나는 오늘 퇴원을 할 수 있을까?

병원에 있는 동안 '조산'에 대해 찾아보니 특히 쌍둥이 임신 같은 경우는 자궁수축이 와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후기들이 참 많았다. 내가 쌍둥이 임신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구나.

이제 겨우 23주인데 이렇게 계속 병원에 있다 출산하는 상상을 하니 너무 우울해서 계속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수양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즐거운 생각만 하면 잘 해결이 될 거야.

'아가들아, 엄마 병원에서 나가면 진짜 조심히 할게. 도와줘. 제발~ '




"산모님, 태동 검사실로 이동하실게요. 가실 때는 휠체어로 데려다 드릴게요."


"산모님, 자궁수축 정도는 어떠세요? 지금 자궁수축이 없진 않은데 아직 주수가 일러서 퇴원했다가 혹시 안 좋으면 바로 병원으로 오세요. 그럼 퇴원하셔도 돼요. 집에 가서 푹 쉬세요. 절대 돌아다니지 말고 누워만 계세요."


"야호!!!! 드디어 퇴원이다."

차를 타고 나오니 강한 햇살이 내 눈에 쏟아졌다. '아 너무 행복해.'


쌍둥이 임신이 쉽지 않은 길인걸 그때는 몰랐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았던 23주의 입, 퇴원기.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Eduard Militar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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