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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Jan 18. 2021

매일 밤 10시 엄마에서 나로 변하는 1시간

엄마가 된 후의 시간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 하루를 일하는 시간을 빼놓고는 온전히 내 맘대로 조절이 가능했던 것이 출산을 하자마자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을 내기조차 힘들었다. 화장실 가는 것도 미루기도 했고, 밥 먹는 것도 정해진 시간이라는 게 없었다. 출산 전에는 독서하는 시간, 운동하는 시간 등 하루의 루틴이 있었는데 그런 건 사치에 불과였다.


나에게는 청개구리 심보가 있는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더 그 시간을 간절하게 찾고 있었다. 아이를 보살피고 양육하는 것에 온 신경이 가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 엄마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시간이 갈수록 더해졌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1시간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24시간 머릿속에서 뱅뱅 돌 뿐이었다. 쌍둥이 신생아를 둔 엄마는 짬을 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단 10분의 여유도 없었다. 정말 온전히 나를 잊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저 "~하고 싶다."라는 생각에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스마트폰 노트에 가득 채워놓을 뿐이었다. 쓰고 나니 출산 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많았다. 그때 더 많이 해놓을 걸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시간이 약인지, 쌍둥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조금씩 정신이 차려지는 것 같았다. 기록해 둔 하고 싶은 목록 중에 독서와 운동이 우선순위가 높았다. 내 마음의 양식을 채워주고 몸 건강을 위해서 두 가지는 꼭 하고 싶었다.


책을 구입하고 펼치는 여유 따위는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책 구독 결제를 시작했다. 화장실을 가는 시간, 유축을 하는 시간, 아기를 재우고 옆에 있어주는 시간,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 가끔 음식점에 가서 포장을 하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들고 틈틈이 책을 읽었다. 그렇게 임신 후기에 병원에 입원해서 읽은 책과 출산 후 육아 중이었던 작년 2020년의 독서 권수는 총 20권이었다. 쌍둥이 출산을 겪은 시기에 그래도 이 정도면 최선을 다했다고 위안 삼았다.


운동하는 시간은 출산 후 5개월쯤 지나고 내 배 같지 않은 배를 만지며, 운동의 욕구가 하늘을 치솟았다. 코로나로 아이들과 집에만 계속 있으니 체력은 점점 더 좋아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틈틈이 아이들이 잠깐 자는 시간을 이용해 유튜브를 보면서 운동을 따라 했으나, 아이들은 그 20~30분도 안 되는 짧은 동영상이 끝나기를 잘 기다려 주지 않았다. 시도는 하려고 했으나 매번 맥이 끊겼다. 그리고 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이 기다리던 저녁에 통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밤 9시에 육퇴 후 친정 엄마와 남편과 나는 40분 정도 동영상을 보며 운동을 따라 했다. 친정 엄마와 나는 하루 육아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절실했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남편에게는 주말 육아를 위한 체력 기르기였다. 우리는 꾸준하지만 띄엄띄엄 3개월 정도를 시도했지만, 어느새 마음은 나태해져 지금은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지금의 나는 잠들기 전 밤에 집안을 걸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짧은 독서를 한다.


육아 중에는 글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었다. 나를 위해서 쓰고 싶기도 했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누군가를 위해서 쓰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글쓰기가 항상 마음에 걸려서 큰 결심 끝에 작년 말에 하루에 한편 글쓰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많이 칭얼거리는 날에는 쌍둥이 둘을 번갈아 안아주다 보면 온 몸에서 쉬고 싶다고 사인을 보낸다. 특히 아이들을 밤잠을 재울 때 그냥 같이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솟아 올라 깜깜한 밤을 이겨내기가 힘들다. 또 이유식을 만들어야 하는 날에는 마음이 분주하다. 이유식을 언제 만들고 글을 한편 쓸 수 있을까? 하고 마음이 조급하지만 50여 일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는 매일 글쓰기에 성공하고 있다.




아마 엄마가 되기 전의 나약한 나라면, 지금 하고 있는 루틴인 독서와 글쓰기를 하나도 해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육아를 하면서 간절히 바랬던 내 소중한 1시간을 투자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점점 건강해지고 있다. 잠깐 엄마가 아닌 내가 있는 시간이 있기에 육아 중에는 더 아이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매일 글쓰기의 목표는 100일인데, 이 마음이 조금 더 길어지길 바라본다. 55일 후 그동안 엄마인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지 나도 궁금해진다. 그 시간만큼 내 마음이 더 가득 채워져 있기를 바래본다. 자다가 깨서 우는 아이 소리가 들린다. 다시 엄마로 돌아갈 시간이다.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Tristan Colangel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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