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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lolife Jan 19. 2021

마스크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코로나 1년을 보내며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보니 옆에 누워있는 또래의 아기들을 빼고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하얀 무언가를 얼굴에 쓴 어른들이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우유를 주는 모습이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모습이 당연한 듯한 세상에 아이들이 왔다.

병원과 조리원을 거쳐 집에 도착한 후에는 아빠와 엄마, 할머니는 하얀 마스크를 벗은 채 자신들을 보며 환한 입가의 미소를 처음 보았을 것이다. 한참이 지난 후에 가끔 집 밖에 나갈 때 엄마와 아빠의 품에 포근히 안겨 기분이 좋은데 이내 그 기분은 사라진다. 엄마와 아빠는 자신들의 코와 입을 가려서 답답하게 한다. 끙끙대 보기도 하고 입을 가린 천을 맛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마주칠 때 엄마 아빠는 더 답답하게 한다.





부모로서 코로나 시대에 온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한 건 이렇게 작은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예방접종을 맞기 위해 소아과에 가면 입구에 마스크를 모두 써달라는 공지가 붙어있었다. 그리고 그 공지가 아니어도 혹시나 밀폐된 공간을 지나가야 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병원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늘 불안했다. 아주 작은 쌍둥이 아가들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 관심이 무척 고맙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어른들이 아기에게 얼굴을 근접해서 예쁘다, 귀엽다 할 때는 내 마음이 급 예민해졌다. 한창 코로나가 1차 유행하던 시기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도 많았고, 이제 막 태어나 면역력이 약한 우리 아이들이 확진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었다. 병원 가서 아기들에게 마스크를 씌워도 되는지 의사에게 물어보면 어떤 의사는 신생아가 마스크를 쓰는 건 호흡곤란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했고, 어떤 의사는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쓰는 게 좋다고 하는 의사들도 있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을 내려야 했다.


코로나 1차 유행이 지나가고 여름이 왔다. 항상 집에서만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주고 싶어서, 집 앞에 산책로에 나가기 위해 쌍둥이 유모차를 구입했다. 쌍둥이 유모차에 태워 마스크를 씌우면 애들이 마스크를 손으로 빼버렸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말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씌우면 아이들은 벗어던지고 나는 다시 씌웠다. 우리는 세 발자국 걷다가 멈추고 또 조금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신생아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게 마음에 너무 걸렸다. 차라리 밖에 나오지 않는 게 나을까? 그래도 밖을 구경하는 게 더 좋을 텐데. 유모차를 밀면서 내면의 갈등이 심했다.


인적이 없는 곳에서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으면 그냥 놔두었는데, 어쩌다 지나가던 어른들이 다가와서 쌍둥이들이 너무 귀엽다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중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도 있었지만 쓰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깜짝 놀라 모른 척하고 싶은데, 무안할 상대를 위해 서둘러 "감사합니다."를 말하고 더 빨리 유모차를 밀었다. 상대방의 아기를 귀여워해 주는 호의가 코로나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한 번은 쌍둥이를 키우셨다는 할머니가 손주들이 생각나신다며 계속 따라오시며 대화를 시도하셔서 진땀이 났다. 평소 같으면 많은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마음속으로는 싫은 마음과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후에 2차 코로나가 유행하자 결국 우리는 아이들과의 산책을 포기했다. 여름에 방풍막을 씌우면 아이들이 너무 더워할 것 같고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면 답답해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코로나 때문에 불안하니 가을을 기약하며 유모차를 타지 않았다.



코로나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엄마의 마음과 낯선 사람들을 경계해야 하는 마음이 우리 가족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신경을 써야 하는 코로나 시대가 야속하기만 하다. 코로나가 우리를 덮친 지 내일이면 1년이다. 1년 전에는 잠깐 이면 끝날 줄 알았던 바이러스가, 여전히 우리 삶을 송두리째 뺐어가고 있다. 아직도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새의 짹짹거림, 시냇물 흐르는 소리, 차가 빵빵거리는 소리, 삐뽀삐뽀 구급차가 지나가는 소리는 책에서만 듣거나 볼 수가 있다.


마스크 없이도 밖에 나갈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게 해주고 싶다. 아이들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세상 사람 모두가 마스크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1년 동안 사투 중인 의료진 여러분 고맙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힘든 모든 분들 힘내세요.
코로나 OUT





사진 커버 출처 : Photo by Adam Nieścioru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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