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명절 연휴 첫날밤, 남편의 회사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올 것이 왔구나'란 생각부터 들었다. "만약 코로나 확진자라도 나오면 책임을 누가 질건대?"를 나는 늘 입에 달고 살았는데, 진짜 확진자가 나오고 말았다.
남편의 회사는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적으로 되어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매달 재택 가능한 날이 있어서 몇 차례 할 수 있게 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전사 재택근무를 한 적은 그리 길지가 않다.
코로나 유행이 오고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만 잠깐 재택근무를 하고 조금만 잠잠해지면 회사에서는 다시 모두 출근을 하라고 했다. 그때마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친정엄마가 있는 우리 집은 불안에 떨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이고, 아직도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데, 왜 전원 출근을 하라고 하는 거지?"
많은 자영업자들이 생계 위협을 느끼고 손해를 보면서도 정부 방침을 따르고 있는데도, 재택근무를 한다고 업무 효율이 크게 달라질 것 없도 없는데 재택근무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경영진들이 내리는 결정에 나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내 볼멘소리에, 남편도 그런 결정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월급쟁이이기에 내 앞에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나보다 더 불안해할 사람은 남편이었을 것이다. 남편 외에는 모두 집에서만 생활을 하고 거의 나가지도 않는데, 남편은 대중교통도 이용해야 하고 좁은 회의실에서 회의도 해야 하고 식당에 가서 점심도 먹어야 한다.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남편은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 때문에 가족이 코로나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확진된 그 근무자랑은 근무하는 층도 다르고, 남편은 명절 직전에 휴가도 내서 동선 겹 칠일이 없을 거야."하고 불안해하지 말자고 다독였다. 남편은 밥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도 최대한 잘 쓰고 다녔고 손도 자주 씻었다고 했다. 우리는 최대한 희망 회로를 돌렸다. 머릿속에는 코로나 때문에 돌아가신 외숙모가 떠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했지만 걱정하는 남편에게는 긍정적인 말만 했다.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
확진자가 발생한 남편의 회사에서는 확진자의 동선이 어떻게 됐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남편은 명절 전날 휴가도 내었고 밀접접촉자도 아니어서인지 회사에서 별도로 연락은 오지 않았지만, 동선을 모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불안해했다. 남편의 회사 동료들도 다음날 코로나 선별 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고 해서, 남편도 무증상이지만 검사를 받으러 다녀왔다. 남편은 면봉으로 코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 한다.
회사의 직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릴만한 상황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회사의 실적은 출근하면 오르는 것인가?
만약 회사의 직원이 1000명이라면, 그 직원들의 가족까지 최소 3명씩만 해도 3000명의 사람들의 건강이 달려있다. 회사의 경영진 몇 명이 내린 결정 하나로 우리 집은 그 회사의 직원 1명과 돌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 2명과 어른 2명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하소연을 해도 소용없고, 그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유일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에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으면서 안 시켜준다며 퇴사를 종용할 수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다. 한 사람의 결정으로 많은 사람들을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지켜낼 수도 있고 혹은 확산시킬 수도 있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목숨을 책임질 수 없다.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부디 '설마'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결정을 올바르게 해줬으면 한다.
빨리 오늘이 지나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고 가족 모두 마음 편히 설날 연휴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