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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도녀쪼미 Oct 16. 2020

Seattle(시애틀)

Episode 2.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고등학생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2~3학년 선배들이 교실을 돌아다니며 동아리 홍보를 하고 가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입서를 나눠줬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많은 동아리가 있었는데 내 마음에 확 와닫는 동아리는 사진동아리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했다. 엄청 잘 찍고 감각있는 실력은 아니었지만 그냥 사진 찍는 게 좋았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학교 전경, 학교 행사, 친구들 등 사진을 찍고 했었다. 필름 인화 후 사진을 보면 초점 안 맞는 사진, 손가락이 걸린 사진, 역광인 사진 등 엉망인 사진이 대부분이었는데도 난 사진 찍는게 좋았다. 시간이 흘러 디지털카메라가 출시되고 나는 너무 갖고 싶어 엄마한테 카메라를 사달라고 며칠을 이야기했던 거 같다. 결국 엄마는 언니, 동생이랑 같이 쓰라며 디지털카메라를 사주셨는데 같이 쓰는 카메라였지만 기분이 좋아 집 앞에 나가서 사진을 찍고 했었다. 점점 화질이 좋은 카메라가 많이 나왔고 나의 디지털카메라는 폰 사진보다 화질이 안 좋아졌다. 학생이었던 내가 디지털카메라보다 좋은 것을 사기에 카메라 가격은 너무 비쌌다. 그 후 사진 찍을 일이 생기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추억을 기록하고는 했었다. 여행을 가서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그때의 여행을 기록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조금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실력 있는 작가의 사진이 아니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게 된다면 그당시 여행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초급자용 DSLR을 하나 구입했고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시애틀 여행을 하기로 계획했다. 아주 미숙한 사진 실력이지만 시애틀의 감성을 느끼고 내가 느낀 감성을 그래로 사진 속에 담고 싶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튼튼한 두 다리로 거리를 천천히 거닐기로 계획했다.


미리 예약한 숙소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다. 시애틀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은 우버를 이용하는 방법과 Link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 있는데 큰 짐이 없었던 나는 Link를 타고 숙소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공항에서 Link 타는 곳까지 걸어서 몇 분 정도 가야 된다. 공항 중간중간 표시판이 있어 따라갔는데 갑자기 주차장이 나와 잘못 간 건가 싶어 당황했었는데 주차장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Link 타는 곳이 나왔다. 티켓은 기계를 이용해 간단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내가 타야 되는 Link를 확인하고 기다리니 금방 Link가 도착했다. Link를 타고 가고 있는데 파란 옷을 입은 두 명의 남자가 Link를 타더니 탑승객 한 명 한 명 표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람이 직접 일일이 표 검사하는 건 처음이라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시애틀에서 무임승차는 꿈도 못 꾸겠구나 생각하며 숙소를 향해갔다. 



숙소를 예약할 때 안내데스크가 있는 Inn인 줄 알고 했었는데 확인 메일을 받고 에이비앤비 같은 숙박시설이라는 걸 알고 처음엔 너무 당황했었다. 매번 안내데스크에 가서 체크인을 하면 알려주는 방 번호와 열쇠를 가지고 쉽게 방을 찾았었는데 메일 하나만 가지고 혼자 해결해야 된다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찍 도착해서 미리 체크인을 할 수 있는지 짐이라도 미리 맡길 수 있는지 제대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지 걱정이 앞섰다. 숙소에 도착한 나는 미리 받은 메일을 보며 현관문 비번부터 방 비번까지 하나하나 열면서 들어갔다. 처음 방문이 제대로 안 열려 난감했는데 옆방에 청소하고 있던 분들 도움으로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주방기구까지 겸비한 스튜디오는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게다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이 바로 앞에 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길게 쭉 뻗어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과일, 야채, 생선, 꽃 등 다양한 걸 구입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나하나 포장되어 판매하는 마트와 달리 직접 일일이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의 느낌이 났다. 판매하는 사람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며 무슨 과일이 좋니, 생선 1g에 얼마니, 이 야채는 어떻게 먹어야 되니 등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 냄새가 가득한 마켓이었다. 마켓을 걸어 다니면 이게 좋다, 이게 싸다, 이건 어디에도 없다 등 약간의 호객행위를 들을 수 있는데 이러한 호객행위도 마냥 기분 좋게 들리는 이상한 곳이었다.

 


현지 사람들은 먹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많이 찾고 나처럼 여행하는 사람들은 스타벅스 1호점, 껌 벽 등을 구경하기 위해  많이 찾는다. 흔히 알고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있는데 처음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는 유일한 곳이다. 스타벅스 1호점에서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가 나도 줄을 섰다. 스타벅스 1호점에 가면 왠지 옛날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스타벅스 어플을 이용해 커피를 살 수 있다는 거에 조금 실망감이 들었다. 그 덕에 생일 커피 한잔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스타벅스 1호점은 다른 체인점과 달리 그곳에서만 사용하는 원두가 따로 있었는데 주문할 때 미리 이야기를 해야 스타벅스 1호점에만 파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 그렇게 주문한 커피를 들고 나는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벽인 껌 벽으로 갔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아래에 위치한 껌 벽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는지 알 수 있게 많은 껌들이 붙어있었다. 마냥 더럽게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씹다 뱉은 껌으로 하나의 관광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기도 새롭기도 했다.


“그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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