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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선 육아 일상 속 어느날, 거제

by 김여희 11시간전
아이는 애착욕구와 탐색욕구를 가지고 있는 이중적 존재다. 어릴수록 애착 욕구의 비중이 클 테지만 스스로 삶을 살아가고 세상을 탐색하고자 할 때 아이의 독립된 세계를 지켜주지 못하면 과잉 양육이 되고 만다. 과잉 양육의 시대에, 보살핌 부족뿐만 아니라, 보살핌의 과잉 역시 애착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아이 기질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덩달아 부모 양육 태도 검사를 받게 되었다.

엄마가, 완벽주의 성향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네?! 저요? '빈틈은 많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한 권의 책까지 쓸 태세인... 제가요?


위험 회피 성향, 자극 추구 성향, 사회적 민감성 등 아이의 다양한 기질적 요인을 알려고 온 자리인데... 갑자기 나보고 완벽주의 성향이라니.


자유분방한 면이 있고, 걱정 근심 지수가 낮은 아들인데 비해 엄마는 아이에 대한 위험 회피 성향이 높고, 사회적 민감성 정도가 높다는 거였다.


하긴, 나는 여러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아이 틈에서 싫은 소리 듣기가 싫어 놀이터를 피하는 엄마였다. 애초에 차가 다니질 않고,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빈도가 낮은 산책길에 킥보드를 태우고 나가는 걸 선호했다. 킥보드 타는 아이들 꽁무니를 좇으며 뛰다가, 숨이 차면 서서히 걷을 수 있는 산책길은 나에게도 완벽한 길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이 북적한 놀이터의 날을 기다리는 때도 많았다.


산책길을 옵션으로 들이밀었다가, 놀이터 행에 가게 되는 날엔 놀이터 평상에 앉아 들썩거리다 놀이기구를 맴도는 엄마가 되었다.


행여, 우리 아이가 규칙을 안 지켜서 불편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올라가지 마세요' 주의 문구가 써져있는 미끄럼틀 위를 아기 원숭이처럼 타고 오르는 아이들 중 우리 아들이 섞여있기라도 할까 봐. 놀이터에서 공을 차고 놀다가 공을 따라 놀이터 밖을 벗어나 위험에 노출되기라도 할까 봐. 삼삼오오 모여있는 엄마들 너머로 하이텐션의 우리 쌍둥이들이 산만한 아이들이라고 입에 오르내리기라도 할까 봐. 놀이터 한 구석에서 핸드폰을 쥔 채 머리 맞대고 게임 삼매경에 빠진 래 무리에 끼기라도 할까 봐.


내 가정 속, '-할까 봐' 걱정과 우려 속에 아이들은 이런 엄마를 번거로워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아이들을 응시한 엄마의 눈동자와 마주친다면. 운동화 뒷 축에 헤르메스의 날개 대신 작은 모터라도 장착한 듯 다급하게 달려오는 엄마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면. 나라도 엄마가, 이터의 파수꾼도 아니고 방해꾼 즈음 느껴졌을 테다.

 

집 앞 놀이터에만 나가도 예민함으로 바짝 날이 서있던 내게 어느 날, 시골집의 문이 열렸다. 거제도 시골집. 시골집이라고 하기엔 으리으리하고 화려했던 언덕 위의 집, 대문이 활짝 열렸다. 아이들에겐 탐색 욕구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었던 곳, 나에겐 예민함을 거두고 한 김 식힐 수 있을 칠링의 장소.


(기존 발행했던 글을, 브런치 북에 옮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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