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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2주 즈음 지났을까.

'한순간'이라는 시점 하나 사이에, 많은 것들이 바뀌어버렸다.


누군가의 시간이 멈췄고

누군가의 시간은 뒤집어져 버렸으며

또 누군가의 시간은 빼곡하게 차올랐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 어떡해... 다리에 힘이 없어. 앞이 보이지가 않아.

나 어떡해." 그녀의 두려움 서린 말 몇 마디 후에

이어진 건, '블랙아웃'이었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닥치면, 사고를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왜 이런 일이... 어째서.'라는 단어들에 갇히고 마는 것일까.


한참 동안 '이렇게 예쁜 사람에게, 어째서.'라는 무의미한 단어의 조합들만 입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넋을 놓고 있을 수도, 감상에 빠져있을 수도 없었다. 한 시, 아니 일분일초와 다퉈야 했으니까.


그동안 경황이 없어, 정리하지 못한 마음들을 이제야 풀어헤쳐보지만 지금도 두서가 없는 건 마찬가지다.


적어도 아이들 앞에서 울먹이는 나약한 보호자 중 한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싶어, 입을 앙당 물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아이들에게도 사실을 알려야 하는 걸까. 아님 비 온 뒤에 곧 해가 뜰 거라고, 두루뭉술 무지개 너머 행복의 나라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걸까.


하지만 마지막으로 봤던 엄마의 꺼져가던 몇 마디가, 무너지던 모습이, 아이의 뇌리에 깊이 박혀버린 모양이었다. 아이는 어떤 때는, 한없이 해맑은 톤으로 상황을 명랑하게 설명했다가 어떤 때는, 멍한 눈으로 하지만 상세히도 읊어댔다.


애먼 아이에게 입단속만 여러 차례 시켰다.


2주 즈음 지난 후, 다행히 촛불은 사그라지지 않고 아주 조금씩, 조금씩 미미한 힘으로 다시 타오르려 하였다.

일상으로 가는 힘을 되찾기엔 너무도 더딘 몸짓이었지만 그 힘겹고도 무딘 움직임조차도 다행이었고 기적이었다. 그 와중에, 때 아닌 물난리로 흔적도 없이 꺼져버린 귀한 생명들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이리도 허망할까.

이토록 한순간인 걸까.


어느 도시는 물에 잠겼고

그들의 시간들도 물속에 갇히었다.

그저 운이 안 좋았을 뿐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한순간에 치명적으로 벌어진 일들이라, 그들도, 나처럼, 아니 우리처럼, 어느 곳에 하나 하소연도 못할래나.


하루에도 몇 번, 찡한 코 끝을 가다듬었다가

흐르는 눈물을 무심히 도 닦아봤다가

'왜 이런 일이' 더 이상 의미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기도 하다...


무섭게 내리던 집중 호우 와중에, 언제 비가 내리기라도 했냐는 듯, 의뭉스럽게 그리고 뜬금없이

맑은 하늘을 내보여주던 응큼한 맑은 하늘을 찍어봤다.


그래, 지금으로선 밑도 끝도 없이 믿어봐야 할까.


웃으면서 식겁했다, 이만하길 다행이었지... 말할 때를

상상하며.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내리쳤다, 정신없이 쏟아냈다가도 뻔뻔하게 치켜뜬 맑은 하늘을 꼬집기라도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상이라도 하면서 말이다.


친구야. 힘내보자.

눈물을 쏟지 말고 온 힘을

손 끝에, 입 끝에 불어넣어 보자.

엄마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일어서보자.

그리고 달려와.

네 몫까지 안아주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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