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너도 방문을 닫고 들어가, 조용히 이어폰을 끼게 되는 날이 오겠지?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내가 아닌 친구들에게 털어놓는 날들이. 일기장에는 엄마에게는 차마 이야기 할 수 없는 혼자만의 비밀 스러운 이야기들이 가득 차고, 엄마보다 더 보고 싶어할 누군가가 생겨 많은 시간을 혼자 앓게 될 그런 날이.
언젠가 너는 나를 보고도 웃지 않고, 내게 짜증만 낼지도 몰라. 일부러 상처를 주려는 듯 밉게만 말해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길지도 모르고. 한 몸 같았던 우리의 시간이 통째로 없어진 것처럼, 엄마인 나를 이유없이 미워할 지도 모르고.
사랑하는 내 딸. 그래도 엄마는 언제나 기억할게.
네가 얼마나 깔깔 대며 잘 웃는 아이였는지.
민들레 홀씨를 보면 절대 지나치지 않고 모두 불어보는 너였다는 것을,
개미를 따라 허리를 굽혀 한참을 흙밭을 기어가도 지치지 않는 너였다는 것을.
경이로움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는 것을.
세상 모든 만물을 사랑했던 너.
넌 지나가는 고양이, 들풀, 꽃, 열매, 돌멩이를 보물을 발견한 듯 손에 꽉 쥐고
잠시도 놓지 않았어.
이름 없는 작고 사소한 들풀도 너를 만나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으로 다시 태어나곤 했단다. 너는 그들에게 이름을 주고, 색깔을 주고, 존재를 주었어.
네 작은 두 팔로 나를 안아주면
어디에선가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너의 존재는 내게 완벽한 행복이고 감사였다는 것을
작은 네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웠는지
단단하고 맑은 행복으로 이끌었는지 엄마가 잊지 않고 다 기억할게.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작고 여리고 지켜주어야만 했던 아기가 소녀가 되고
키가 자라고 마음이 자라고 눈이 자라
문득 문득 엄마의 부족한 점을 날카롭게 찾아내는 날이 온다고 해도
반짝이던 눈동자, 부드러웠던 네 살결,
서로가 있어 완벽했던 그 순간을 꺼내 쓰며 넉넉한 마음으로 널 다시 품어줄게.
깊어진 너의 고민에 때로는 내가 도움이 될 수 없을 정도로 무력할 때,
등 한번 함부로 쓰다듬어 줄 수 없을 만큼 네가 아픈 날이 오면
한 번쯤 기억했으면 좋겠어.
엄마는 부족하지만
매일 너의 행복을 고민하고 너와 함께 유쾌하고 명랑하게 생존하길 선택했다는 것을.
우리가 서로 외면하고 싶은 어떤 순간에도
마음 속에 가득찬 나의 이야기를 듣고 더운 마음으로 용서할 수 있는 서로가 되길 바라.
모든 순간, 모든 날,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