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마치 무거운 책가방을 맨 것처럼 어깨가 시큰거리고, 누군가 툭 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날. 온 몸에 눈물을 그렁그렁 담고 다니듯 금방이라도 넘쳐버릴 것 같은 날. 구겨진 종이처럼 아무리 펼쳐도 아픈 자욱이 가득 남아있는 듯한 그런 날.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누군가는 끓어오르는 화로, 누군가는 울음으로, 누군가는 미워함으로, 누군가는 스스로 고립됨으로 저마다 아파한다. 모두는 그저 사랑받고 싶다.
누군가 나를 좀 사랑해줬으면.
칭찬하지도 질책하지도 말고,
그저 이 모습 그대로 사랑해 줬으면.
저마다의 깜깜하고 아픈 시간들 중에도, 존재 그대로 사랑받았던 기억은 그를 틀림없이 위로하고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될 것이다. 뭘 잘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나이기 때문에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때로 약해 보여도 가장 강한 자다.
그 따뜻함은 인생의 소나기를 헤쳐 나갈 힘이 된다. 이 소나기가 그치면 축축하게 젖은 마음마저 말릴 수 있는 밝은 햇빛이 나옴을 알고 그저 기다린다. 견딜 수 있다.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것은 그저 한 숨의 따뜻한 사랑.
숨 쉬듯 물 마시듯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한 줌의 더운 사랑.
언젠가 올 인생의 소나기를 견딜 수 있게 하는 온전히 사랑받았던 기억.
그 하루를 위해 어제와 같아 보이는 오늘에, 한껏 생기를 불어넣는다.
너를 깨우고, 씻기고, 너의 몸을 닦고 로션을 바르는 일.
너의 옷을 빨고 섬유 유연제를 넣어
향기로운 냄새가 배게 하는 일.
흙 놀이로 꼬질꼬질했던 너의 운동화를 박박 닦아
다시 하얗게 만드는 일.
너와 허리를 구부려 함께 비비탄을 줍고
눈을 맞추며 너의 목소리를 듣는 일.
길가에서 큰 소리로 우는 너를 안고
속상한 마음을 가만가만 들어주는 일.
50번의 똑같은 물음에도 처음 해 주는 말처럼 소리 높여 대답하는 일,
역할 놀이의 구렁텅이를 거부하지 않고
온 힘으로 안간힘으로 진심으로 기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 별 것 아닌 일상에 너를 향한 우리의 사랑이 새겨지길,
존재 그대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전해지길 바라며 오늘을 손수 짓는다.
마음 속에 환한 빛을 가져, 스스로 사랑의 빛을 내는 네가 되길 바라며.
저 하늘 위에서 별이 내려온다면
여기 내려왔다면 누굴까
빛깔이 참 곱겠지 반짝반짝이겠지
밝게 빛이 날거야 별처럼
나도 그 빛 가졌으면
별처럼 빛이 날거야
마음에 별 빛으로 물이 들면
나도 별이 될텐데
사랑하는 아이야
너는 별이었단다
밝은 별이었단다
볓빛 아이
지금도 그렇단다
너는 빛이 난단다
너의 눈망울에서 빛나요
김희동 ‘별 빛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