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의 여행은
한 달 살기로부터 출발했다.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물었다.
“뚜랑 둘이 한 달 살기하고 오는 거 어때?”
내가 잘못 들었나 했다.
“아니 진짜? 둘이 가라고?? 내가???”
사실 난 해외여행이라곤 하와이 신혼여행과 작년에 오사카 가족여행이 전부인 해외 경험 왕초보이다! 게다가 걱정도 많고 비행기 공포증까지 있는 겁쟁이 아줌마...
그럼 아이와 함께하는 한 달 살기가 무엇이냐. 요즘 주변 엄마들 사이에서 방학이 다가오면 꼭 한 번씩은 나오는 그 이슈. 육아 인플루언서들이 한 번 이상은 꼭 다녀오는 바로 그것이다. 한 달 동안 아이와 함께 해외 어학원이나 국제학교 연계로 영어 학습과 다양한 체험을 하고 온다. 아이는 영어만 쓰는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되고, 그 나라의 문화까지 접할 수 있어서 인기가 많은 곳은 빨리 마감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우리 집과는 무관하다 생각했다. 경제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일단 우리는 영어에 많이 집중하는 집이 아니었고, 이렇게 큰 일(?)을 치를 만큼 나와 남편이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에서 말한 대로 난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라 내가 갈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그 한 달 살기를 묻다니, 어찌 된 영문이지?
남편과 한참 대화를 나눴다. 남편이 갑작스레 든 생각은 아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량 때문에 점점 놀러 가기 힘들다고, ‘저학년 때 많이 다니고 놀아라!‘하는 조언을 주변 형들과 선배들에게 계속 들어온 것 같았다. 거기에 뚜가 수업에 가 있는 동안 육아하느라 고생한 나도 좀 쉬면 좋을 것 같았단다. 자기도 함께 하고 싶지만 휴가를 내기 어려우니 둘만이라도 갔다 오라고,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물어봤다고 했다.
며칠을 망설이다 결심했다. 남편은 할 수 있다고 응원을 했고, 뚜는 신나서 이미 친구들에게 자랑까지 하고 왔단다. 그래, 애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어떡하겠어, 가야지. 가보자. 와... 내가 정말 간다고?
그럼 언제 가지? 일단 다 비싸지고 어딜 가나 사람이 많다는 방학은 피하기로 했다. 가을? 너무 많이 남았다.
‘말 나온 김에, 맘 바뀌기 전에 빨리 가자. 그래, 여름방학 전 6월에!’
그런데 이때가 5월 중순이었다. 6월까지 얼마 안 남은 상황. 비행기도, 지역도, 일정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미친 듯이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일상생활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눈만 뜨면 폰으로 정보를 찾아보기 바빴다.
그렇게 한 달 살기를 결정하고 3주가 지난 6월 둘째 주 월요일, 나와 뚜는 한 달 ‘살기’가 아닌 한 달 ‘여행’을 가기 위해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탔다.
(참고로, 우리 가족 모두 여행만큼은 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