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우리가 한 달 ‘살기’에서 한 달 ‘여행’으로 바꾼 건 아이의 물음 때문이었다.
처음, 한 달 살기 할 나라를 말레이시아로 정했었다. 동남아시아가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였고, 그중에서도 말레이시아가 5년 살이 중인 친구 덕분에 도전해 봄직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조호바루와 쿠알라룸푸르, 쿠알라룸푸르 내에서도 몽키아라와 klcc 쪽이 한 달 살기로 많이 가는 것 같았다. 한창 지역마다 어학원, 국제학교 영어캠프, 숙소 등등을 알아보는데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뚜가 물어왔다.
“엄마, 근데 난 한 군데만 있는 거 말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은데, 여행까지 가서 영어학원을 꼭 다녀야 해? “
아, 맞다. 그렇지. 이번 계획의 주인공은 아이이고, 내가 도전을 결심한 것도 순전히 아이 때문이었다. 얘가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오는 게 애초에 우리의 목표였는데 내 생각에만 갇혀서 어느새 정작 제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왜 꼭 한 곳에 있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사실 어학원이나 캠프도 영어에 어떤 목표가 있기보다 남들 다 가니까... 한 달 동안 심심할 테니 거기라도 다니라는 마음이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친구도 우리나라 학원이 훨씬 잘 돼 있다며 영어에 큰 기대는 하지 마라 했었다. 무엇보다 애가 싫다는데, 억지로 보낼 필요가 없었다.
아이의 물음 덕분에 생각을 바꾸어 처음부터 다시 계획을 짜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모든 여행 일정을 정할 땐 아이도 함께 하기로 했다.
마음을 다시 잡은 그날, 난 세계지도를 하나 샀다.
“뚜야,
엄마가 비행기가 무서워서 아직은 멀리 못 가는데, 동남아시아까지는 도전할 수 있을 거 같아.
뚜가 가고 싶은 곳들 찍어봐. “
뚜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조그만 손가락으로 이곳저곳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