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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미 Oct 18. 2024

한 달 여행 준비 (2) - 지역

어디를 갈까?

일이 커져버렸다.


뚜는 쿠알라룸푸르와 나트랑을 콕 집었고, 나는 ‘그래? 그럼 난 여기’, 방콕을 추가했다. ‘가장 위험한 시장’이라는 매끌렁 기차 시장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끌렁 기차 시장

어떤 영상이나 사진에 홀린 적이 있는가? 난 작년에 처음으로 짧은 영상 하나에 꽂혀버렸다. 아이와 여행 간 어떤 가족이 올린 영상이었는데, 기차가 지나갈 때 모든 시장 사람들이 매대를 신속히 접었다. 조금 전까지 매대가 있던 자리 위로 기차가 지나간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 영상에 사로잡혀 꼭 내 눈으로 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방콕까지의 비행시간을 찾아보고선 너무 멀기에 내 평생 갈 수 있으려나 거의 포기했었더랬다. 그런데 갈 수 있는 기회가 이렇게 생각지 못하게 금방 오다니! 나머지 일정을 모두 뚜에게 맞추더라도 여기 하나만큼은 나를 위해 꼭 가리라 다짐했다(미리 결과를 말하면 난 목표를 반만 성공했다).


그럼 여행 루트가  ‘쿠알라룸푸르-방콕-나트랑이 되겠구나‘ 했는데, 내 계획을 들은 친구가

“아니, 거기까지 가서 왜 싱가포르를 안 가? 내 남편은 여행지 중에 싱가포르가 제일 좋았대”

하는 것이다. 아, 나는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잘 듣기에 (남편은 바로 이게 팔랑귀라고) 이번에도 친구의 말을 잘 듣기로 했다. 그래서 싱가포르를 추가, 싱가포르로 들어가서 나트랑에서 돌아오기로 했다.


이젠 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할 차례. 싱가포르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는 버스로도 갈 수 있단다. 비행기를 최소한으로 타고 싶은 나는 이 선택지를 놓칠 수 없었다. 그런데 버스 노선을 알아보던 중 말레이시아의 한 도시가 눈에 띄었다. 말레이시아 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고,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독박투어’란 프로에 나왔던 도시, 말라카를 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쿠알라룸푸르를 가기 전, 그곳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말라카도 추가.


그런데 관광거리를 찾던 중에 파타야에서 코끼리를 탈 수 있네? 순간 고민했지만 이미 가기로 했잖아, 뭐 어떡해. 간 김에 할 만한 것은 다 해보고, 갈 만한 곳은 다 가봐야지.

‘그래, 태국까지 가는데 코끼리는 보고 와야지 않겠어?‘

이렇게 또 파타야가 추가되었다.


쿠알라룸푸르-태국-나트랑은 시간이나 치안을 생각해서 비행기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항공권을 검색해 보니 방콕에서 나트랑 직항으로 갈 수 있는 항공편이 에어아시아 한 편 밖에 안 나오는 것이다! 그것도 수완나품 공항이 아닌 방콕 내 돈므앙 공항에.




여기서 내가 여행을 결정하고 나서 가장 크게 걱정했던 비행기 공포증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 보겠다. 나는 비행기가 하늘에 떠 있는 동안 누가 날 툭 건들기만 해도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이 사색이 되는 사람이다. 제주도만 가도 좌석에 앉은 순간부터 땅에 바퀴가 쿠궁 내려앉을 때까지 말 한마디 못하고 돌이 되어있다. 특히 난기류를 만나면 추락 걱정에 사로잡혀 가느다란 정신만 겨우 붙들고 있다. 이러니 잠은커녕 물 한 잔도 제대로 못 마신다.

이렇게 무서움이 심한 내가 무려 6시간을 도전한다니, 어쩌면 여행 자체보다 비행기가 나에겐 가장 큰 도전이고 가장 큰 일이었다. 그래서 이 도전을 성공하기 위해 시작부터 나만의 ‘비행 버티기’ 매뉴얼을 만들었다.


‘비행기로 이동할 때는 그 나라의 메인 항공사를 타자. 그럼 조금이나마 마음을 진정하고 탈 수 있을 거야.‘


남들이 보기엔 참으로 의미 없는 다짐인데, 나에겐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나만의 의식(?)이었다. 나만의 방법을 만들고 그거에 따라 움직이면 비행기를 ‘꽤 괜찮게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는 나 스스로의 최면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난 타이 항공이나 베트남 항공만을 원했다(말레이시아 항공은 호불호가 많이 갈려 제외했다). 결국 이 들 항공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하노이를 경유하기로 하고 간 김에 그곳에서도 며칠 묵기로 했다.

이렇게 마지막으로 하노이가 추가되었다.




드디어 우리의 여행지가 모두 정해졌다. 세 도시에서 열흘씩 지내볼까 했던 최초의 계획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4개국 7개 도시 여행으로 진화했다. 물론 이 루트는 확정 전 뚜의 승인을 받았다.


<최종 결정된 우리의 여행지>
싱가포르(3박)
말라카(1박)-쿠알라룸푸르(8박)
파타야(4박)-방콕(4박)
하노이(3박)-나트랑(4박)
여행 앱 ‘트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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