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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Mar 04. 2024

60일을 선물 받다

강박 혹은 휴식

내일부터 시작이다.


강제적으로 회사가 나에게

두 달간 휴식을 줬다.

감사히 받았고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이다.

고민을 어찌나 하는지 잠든 새벽에도

1시간에 한 번씩 벌떡 깨서 비몽사몽

계획에 대한 꼬리 잡기를 한다.


공식적으로는 '정직 2개월'이라고

부르기로 했고 상당수 직원들의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사무실 한 켠, 작고 소중한

내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해 뒀다.


저번 주까지만 해도 쉬는 날도

더 격렬하게 쉬고 싶은 직장인이었지만

지금은 내일도 쉴 수 있는 단기백수가 되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찾는 것부터 일이다.

벌써 일이다.


반년 넘게 휴직을 해봤던 선배이자

여자친구에게 뭘 해야 할지 의논도 해보고

때때로 의기소침해진 스스로에게 힘내라고

위안을 얻어보고자 비슷한 케이스를

찾아보니 죄다 정치인들만 나온다.

정치판에 뛰어들까 생각하다가

그냥 침대로 뛰어든다.


괜히 쿠팡 알바도 기웃거려 본다.


막상 판이 깔리니까 춤을 추기 어렵다.

내일부터 BGM이 깔릴 텐데 말이지.


지게차 면허, 경상남도 2주 살기,

이사 갈 곳 찾기, 회사 사람들 연락 끊기,

1주 1 독하기 등등 망할 투두리스트가

계속 쌓여간다.


그 와중에 일단 아침 러닝을 해보기로 한다.


'고난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참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라는 괴테의 문장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라는 오래된 문장과의 괴리감을 느끼며

신발장에 쪼그려 앉아 러닝화를 챙긴다.


상처에 둔감해진 건지

둔감해서 상처를 입는 건지

유독 말이 짧아져가는 24년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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