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에 꾸준히 제습기를 돌리고
쌓인 물을 화초에 나눠준다.
어제는 한 번도 아프지 않았던 녀석의
썩은 이파리를 잘라냈고
얼마 전에는 생사를 알 수 없이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녀석을 집 밖으로 내놨다.
이사 오기 전에는 잘 자라던 녀석들의
힘 빠진 모습을 퇴근 후 소파에 앉아
바라볼 때면 나도 힘이 빠지곤 한다.
내 열심이 닿지 않은 걸까
혹은 내 불안만 닿은 걸까
영양이 부족한가 아니면 과했나
내가 문제인가 집이 문제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결국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될 테고
침대에 꼭꼭 숨어 미안한 이 마음을
감추고 싶은 날이다.
인생은 정원이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파울로 코엘류 할아버지의 말이 생각난다.
삶의 곳곳에 뿌린다고 뿌리고만 산 것 같은데
그 흔한 꽃 한 송이 제대로 못 건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만의 착각인 걸까.
화초 몇 개가 큰 대수라고.
사람을 참 궁상맞게 한다.
하여간 훌륭한 정원사가 되긴 글러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