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호흡
정신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느라 아는 것도 잊어먹고
알아야 하는 것도 잊어먹는다.
직관으로 살아왔던 세월만큼
가뜩이나 기억력도 좋지 못한
회사 생활에 쥐약인 그런 캐릭터
나는 요즘 그러하다.
그러다 보면 내 감정도
오르락내리락 중간이 없어진다.
하루하루 날짜가 찢어질수록
깨진 유리창에서는 바람이 거칠다.
작년 이 맘 때쯤 엄마는 더 아팠고
나는 봄이 오면 엄마는 나을 줄 알았다.
나도 이제 흰머리가 나오다가
엄마처럼 흰 코털까지 생기는데
유쾌하게 고백할 곳이 없다.
얼마 전에 왜 혼자사냐는 질문에
나는 고아라서 같이 살 사람이
없다고 대답했다.
아마 엄마는 이런 나의 냉소적인
하이개그에 하늘에서 웃고 있겠지.
1년이 다가오는데 나는 아직
아무 결정도 못하겠다.
가방을 사는 그 아무것도 아닌
결정도 힘이 든다.
어제는 약을 먹고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잠을 자고 깨고
시간을 보고 무언가를 먹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겨울마다 난방비를 줄인다며
춥게 있던 엄마처럼 나도 그저
춥게 이불속에 태아처럼 웅크리고
옹알거리기에 시간이 다 갔다.
부족하지 않게 살고 있지만
뻥 뚫린 가슴속 구멍은
아직 채워지지 않는다.
나는 이제 누군가의 아들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를 정확하게 아들이라고
부르며 통화를 하거나 대화를 하는
시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쓰이지 않는다.
문장은 그렇게 없어지고는 한다.
영문도 모른 채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