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한 통
오늘은 엄마가 떠난 뒤
두 번째로 돌아오는
엄마의 생일이다.
생전에
본인과 나와 나의 여자친구 생일.
이렇게 1년에 세 번의 날을
꼬박꼬박 챙기셨다.
챙겼다 라기보다는
바쁜 척하는 아들 한 번 보자는
구실에 더 가까웠다.
선물은 됐다 밥이나 같이 먹자.
시간 되면 편지나 한 통 써줘라.
그렇게 한동안 반강제로 썼던 편지는
이제 나도 나이를 먹어가니 못 쓰겠고
현금 봉투가 더 쉬워졌을 무렵
생각해 보니
그 흔한 답장 한 번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면지에 꾸역꾸역 성경 구절이나
적어놓은 흔적이 내 삶에는
모든 답장이 돼버렸다.
채식주의자인 본인 생일에
아들이 먹고 싶은 스테이크를 사주며
눌러앉은 식당에서는
모자의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지금에 나는 그때보다 더욱
할 말이 많아졌고
더 묻고 싶고
더 부정하거나
더 인정 못 할 세상에
조금은 대답이 필요한데
엄마는 사진 속에서
그저 웃고 있다.
영화관에서 들어가서
10분 만에 잠들고
깨어보니 아무도 없었다는
사십이 다 된 아들놈의
편지 같은 이야기를
깔깔 웃으며
엉덩이를 팡팡 두드리던
엄마의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