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불완전해서 아름다워, 너도 그렇고

by 별이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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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매끄럽게 그리고 싶었는데, 내 마음의 거스러미가 자꾸 펜을 잡아끕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동그라미입니다.

완전한 동그라미는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아요.

햇빛이 쏟아집니다. 동그라미의 곡면을 따라 미끄러져 떨어집니다.

빗방울이 도독입니다. 스미지 못하고 까맣게 고였다가 이내 말라버립니다.

봄이 왔는데, 완전한 동그라미는 고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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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를 들어 동그라미를 깨뜨립니다.

바삭 - 맑은 소리를 내며 동그라미가 부서집니다. 마음이 약해서 살짝 내리쳤더니 조그만 구멍이 나고 금만 몇 개 갔어요. 하지만 이 부서진 동그라미가 난 더 마음에 듭니다.

햇빛이 쏟아집니다. 동그라미에 고입니다.

빗방울이 도독입니다. 동그라미에 스밉니다.

바람이 꽃씨를 물고 와 동그라미의 조그만 구멍 속에 떨어뜨립니다.

흙이 불어들어와 포근한 군내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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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 꽃이 피었어요.

세계는 어딘가 조금씩 망가져 있어요. 나도 당신도 오늘의 날씨도 완벽하진 않죠.

우리는 크고 작은 구멍과 금으로 마음에 고인 물을 흘리고 비스듬하게 기우뚱하게 서 있어요.

지구의 축처럼.

빙빙 정신없이 돌아가는 행성 위에 서서 멀미도 하지 않고 갸우뚱- 꽃을 피웁니다.

조금은 망가진, 조금은 부서진, 완전하지 않은 당신은 오늘도 참 아름다워요.

햇볕이 창틀에 부딪쳐 부서집니다. 미지근한 햇볕을 손에 들고 창밖으로 오늘의 날씨에 인사합니다.

구름 한 점 슬며시 지나가는 - 당신의 오늘이 적당히 맑음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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