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온갖 하늘의 색

by 별이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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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더웠던 어느 날 창을 여니 이런 하늘이 펼쳐져 있었어요.

바라만 봐도 마음 가장자리 어디메 올이 풀리는 하늘이죠.

이런 하늘은 더운 시간을 건너오지 않으면 만날 수 없어요. 적당히 땀이 살에 달라붙는 낮을 지나 천천히 더위가 사그라드는 시간 - 개와 고양이의 시간은 아니에요. 이렇게 아름다운 색 아래에서는 어떤 어스름도 숨을 죽이죠.

이 여름을 지나왔어요. 아마도 올해도 난 이런 하늘을 만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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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하늘은 이래요. 아직은 쌀쌀한지라 해지는 하늘도 새침해요. 푸른 깃을 입에 물고 멀리 날아가는 새처럼,

알고 있나요? 봄낮의 하늘은 무겁고 낮지만 봄저녁의 하늘은 가볍고 청명해요. 그리고 오월의 바다는 숨이 막히죠. 아름다워서. 낮게 깔리는 하늘빛과 바다가 밀어올리는 온기가 만나면 얇고 흰 공기의 층이 생겨요. 봄바다는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답고 슬픈 바다에요. 사람의 몸내와 닮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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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로 올라가면 하늘은 푸르다 못해 희고 사무치게 고독해요. 비행기 창문을 열고 사뿐히 내려서서 저 구름을 딛고 걸어갈 수도 있을 것만 같아요. 비행기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는데 어쩌면 이렇게 머리카락 하나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눈을 깜빡이면 어느새 풍경이 달라지는 과속스캔들 속에 사나 봐요. 사는게 스캔들이겠죠.

(다시 어디론가 무서운 속도로 실려가고 싶은데 이 병은 대체 언제 끝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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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국은 해질 무렵 개양귀비가 피어있는 언덕일 거에요. 나는 그리운 것도 없이 천천히 언덕을 오르겠죠. 그때 산들바람으로 내게 잠시 닿아주세요. 이마를 씻고 사라지는 감촉이 다정하다면 그런 줄 알게요.

안녕, 인사를 건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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