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잠들고 일찍 깬다. 눈을 뜨면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캄캄할 때도 많다. 나는 멍하니 누워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천장을 본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천장의 무늬를 헤아릴 때쯤 구석부터 희부옇게 색이 일렁인다. 눈을 돌려 창을 보니 새벽이다.
새벽은 푸르다. 파리에서 본 새벽도, 강릉에서 본 새벽도, 제주에서 본 새벽도, 그렇게 도처에 위태롭게 얹혀져 있던 내 방에서 본 새벽은 모두 푸르렀다. 물빛과는 다른, 하늘빛과는 다른, 공기가 겹치며 만들어내는 색. 내성적인 공기가 아주 잠깐 우연히 보여주는 표정. 가만히 바라보던 눈길의 끝에 걸린 마음. 푸른 새벽은 만날 때마다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새벽빛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그날의 날씨를 상상하고 그날 만날 표정들을 궁금해하고 사교적이지 않은 문장 몇 개를 적어두고 무릎을 안고 머리를 기대고 고요 곁에 머문다. 공기 속으로 부신 듯 쏟아지는 햇빛이 푸른 빛을 지우고 새벽이 아침이 될 때까지.
나는 정수리부터 푸르게 젖어들고 발바닥부터 환해진다. 창을 여니 내향적인 구름 하나가 하늘에 걸려 있다. 오늘 내 어깨 위에 머물러주렴. 우리, 함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