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아래 비밀을 숨겨두었다고 믿었던 적도 있었죠. 체념하듯 내려가고 올라갔죠.
숨겨놓고 잊어버린 비밀들 위로 먼지가 쌓이고 벌레가 알을 슬고.
그렇게 세상 모든 유실물이 모이는 곳.
어느 날 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환하더군요.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볕이 거기 있더군요.
비밀을 지키기 위해 애써 입술을 다물고 눈을 감고 오르내리던 계단은 사실 따뜻했어요.
엉덩이를 내려놓고 볕바라기를 하면 자장자장 토닥여줄 것만 같은.
계단을 내려오자 한 줌 볕이 머물러 있었죠.
따뜻하게 어루만져놓은 바닥에 앉아 비로소 계단을 사랑하기 시작했어요.
그건 처음 하는 경험이라
다정한 눈물 속을 굴러다니는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