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예뻐해주고 싶을 때 바다에 간다. 가서 자그락거리며 발끝까지 밀려오는 파도를 본다.
파도는 수많은 귀가 달려있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지. 온 세상의 기슭을 모두 훑고 이제야 내 앞에 온 파도가 힘든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그럼 내가 물거품으로 만들어줄께.
난 모든 목소리를 녹여서 이렇게 고요해.
하지만 왼쪽과 오른쪽 딱 두 개 밖에 없는 귀로도 알 수 있어. 귀기울여 들으면. 파도 안에서 소용돌이치며 가라앉는 목소리들이 남긴 잔상을. 나비의 날갯짓처럼 이명이 되어 귓바퀴에 앉는 간지러움을.
목소리가 녹으면 바닥엔 희고 예쁜 돌이 굴러다닌다. 그건 그 사람의 영혼. 그래서 나는 귀를 기울인다. 신중하게, 목소리가 사라지고 난 끝에 남은 메아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