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좋아하지 않더라도 막걸리가 생각이 나죠.
막걸리는 좋아하지 않아요. 술이 아니라 밥을 먹는 기분이 들어서.
라고 말하니 어떤 이가 그러더군요. 밥이야, 농사지을 땐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시기도 하잖아.
그렇네요. 비가 떨어지는 어느 날, 달리 안주가 없어도 막걸리 두어 잔 마시며 밖을 내다보아도 좋겠습니다.
집에 있는 커피잔, 국그릇, 밥사발, 아무렇게나 투박한 그릇이면 무어든 꺼내어 밥이 되는 술을 마셔도 좋겠네요.
등은 세우고 앉아있어야 해요. 비가 술을 불러서 자칫하면 취할 수 있으니까요. 적당히 눈가가 따뜻해지면 술잔을 내려놓아야죠. 그때부터는 몸 안에 남아있는 취기를 불러와 달아오르고 천천히 식어가야 해요.
하지만 여력이 된다면 호박을 총총 채썰어 전을 부치고 싶어요. 호박은 늙은 호박이든 애호박이든 다 좋아요. 늙은 호박으로 노랗게 부치면 단맛이 오르고 애호박으로 푸릇하게 부치면 싱그러운 기분이 들어요.
뜨거운 음식에서 김이 나갈 때 손을 올리면 어떤 마음이 손바닥을 간지럽히죠. 허하고 빈 곳을 채워주는 정성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슬플 땐 되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려고 해요. 기대고 싶어질까봐.
어머니는 말씀하셨죠. 먹을 것 식히는 것 아니다, 예의가 아니야. 뜨거운 호박전에서 풀풀 풍기는 김을 보노라면 어쩐지 그 말씀의 속뜻을 알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뜨거운 것은 못 먹어요. 고양이 혓바닥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