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퇴화한 흔적은 등에 있는 견갑골이라지만 날개가 뼈로 만들어진다면 쇄골이 가장 걸맞지 않을까. 시원하게 뻗어나가고 우아하게 휘어지는 궤적. 인간의 몸이 울퉁불퉁하게 상처입은 뼈의 역사라면 쇄골은 뼈의 왕자. 행렬의 맨앞에서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는 젊은 권력자. 그의 앞에 펼쳐진 길은 축복이리라. 곧고 아름다워서 부러질까봐 두려운 뼈. 그 길의 끝이 황혼의 묘지터일지라도.
쇄골은 길고 가늘다. 오후 네 시,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 저무는 해의 탁한 빛이 공기 중에 스미기 시작하는 시간. 육체에 빛의 너울이 생기는 시간.
목을 수그리고 머리카락을 늘어뜨린다. 탐스러운 어둠이 쇄골을 감싼다. 쇠약해지긴 했어도 아직 햇빛이 남아있는 시간, 쇄골은 향낭에 든 비녀처럼 날카롭고 예민하다. 등을 살짝 구부리자 쇄골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이제 쇄골은 기도의 시간, 미사가 시작되기 전 텅 빈 예배당의 창으로 산란하는 빛처럼 쇠락한다. 은밀하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빛이 눈에 고이고 살짝 패인 뺨과 둥근 턱을 타고 흘러내려 쇄골에 고이는 동안, 언어는 침묵 속에서 향긋해진다. 둥그렇게 몸을 말고 몰두하는 동안 머물렀던 모든 희미한 것들이 쇄골로 고여들어와 선명해지고 짙어진다. 그렇다면 쇄골은 탁한 물, 오랜 가뭄으로 제가 머문 땅의 이끼와 독버섯을 길러낸 마을 어귀의 못이다. 병으로 쓰러진 사람들을 불태우고 가묘를 세우기 좋은 터. 한 모금 남은 술을 붓고 떠나면 냄새에 이끌려 주린 까마귀들이 창궐하는 하늘을 인 터. 죽은 자의 뼈에서 살점을 뜯고 시든 꽃을 물고 돌아온다는. '상스러운' '영물'. 까마귀는 날개로 어린 아이의 하늘을 덮고 기름을 짜면 겨울밤을 새운다. 쇄골에 넘실거리는 검은 빛을 본떠 하늘에 풀어놓으면 길고 우아한 날개를 펼치고 가슴을 저리게 하는 비명을 지르리라. 행렬의 맨앞에서 휘날리는 휘장처럼. 승전가처럼. 그 길의 끝이 황혼의 묘지터일지라도.
이미 죽은 몸은 순결하다. 늠름하게 행진하는 저 젊은이의 어깨에 앉은 까마귀를 보라. 연모하여 모시는 이를 가장 아름다운 폐허로 이끄는 고상한 의지를. 그는 자랑스럽게 몸을 세우고 활처럼 등을 펼친다. 길고 선명한 날개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