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면 누구나 내면 깊숙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죠.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지 못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습니다.”
진실만이 그대를 구원하리라 -는 경건하고 엄숙한 말에 본능적인 회의를 느끼는 것은 작가들만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는 비밀이 구원하는 삶도 있다. 그리고 비밀이 잠든 전설의 동굴 앞에는 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의무를 선택한 수호자가 있기 마련이다. 쿠세드라 용, 괴물의 날개를 속죄의 낙인으로 박은 펌프액션을 든 절필 작가 같은.
모두가 진실을 원한 것일까. 아니, 그들은 그들이 원한 답을 찾아갔을 뿐이다. 상처가 깊었기에 답을 찾는 길은 선혈과 비명으로 얼룩졌다. 그들은 단죄를 원했다. 잠들지 못하는 밤을 끝내기 위해, 거짓된 자의 순결한 피라도 무덤에 붓기를 원했다. 이건 진실 찾기라는 미명 아래 자행된 복수극. 오래전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영혼의 불이 꺼진 남자의 복수는 폐쇄적인 낙원의 섬에서 은밀하게 자라왔다. 피는 피를 부르고, 죄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죄를 끝내는 방법은 용서뿐이지만,
누가 용서할 수 있겠는가. 그런 처참한 죽음을, 그런 사악한 괴물을.
진실이 모두에게 다르듯, 진실을 알게 된 후의 행동도 각자 다르다. 갈림길 앞에 선다. 총 한 자루를 들고 떨면서. 불의 숲으로 갈 것인가, 얼음의 들판으로 나아갈 것인가, 폭풍 치는 바다로 떨어질 것인가, 암흑이 엎드려 신음하고 있는 저 용의 동굴로 들어갈 것인가. 진실이 모두에게 다른 이유는 진실이란 선택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자들에게 행운을, 죄인들에게 응당한 지옥의 풍경을, 그리고 용기 있는 영혼에게 안식을.
<산마루의 수줍음>의 모든 문장에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