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륭 시집, 나의 머랭 선생님

by 별이언니


"연애하기 좋은 날씨다 그러게

사람에게 빠져 죽기 딱 좋은 날씨다"

<Happy Birthday> 중



연애하기 좋은 날씨란 어떤 날씨일까.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날? 적당히 흐려서 운치 있는 날? 빗방울 도독거려 우산 하나 나눠쓰고 어깨가 젖어도 웃음이 나는 날? 눈보라 속에 숨어 세상으로부터 지워지는 날?


연모하는 마음이라면 그날이 가장 좋은 날이겠지요.


그래서 시인은 없는 당신도 부르고 고요한 식물이 된 어머니도 부르고 먼 강을 일찍 건너신 아버지도 부르나 봐요. 목숨보다 귀한 딸도 부르고 심지어는 나를 모르는 나도 불러놓고 밥도 지어먹이고 말도 붙이나 봅니다. 그 외로움이 절절해서 마음이 저립니다.


그럼에도 시인은 외로움마저 불러와 이목구비를 더듬어 시로 옮겨놓으니 시인의 연애란 시를 쓰는 일. 사무치게 추워도 곱은 손으로 시를 길어올리니 시 한 편 쓰고 나면 그날의 허기는 잊고 말아요. 업이고 벌이며 동시에 축복입니다.


당신을 부르면 종이 끝에 가만히 앉아요. 시를 씁니다. 닿을 수 없는 당신이 나의 시에 깃드는 밤이야말로 연애하기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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