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저 위에는 열리면 안 되는 철문이 달린
잠긴 방이 있다.
당신의 나쁜 꿈이 전부 그 안에 있다.
지옥이다.
누군가는 악마가 문을 잠갔다고 한다.
안쪽에서.
누군가는 천사들이 문을 잠갔다고 한다.
바깥쪽에서.
"
<잠긴 문들> 중
세상의 나쁜 일들은 모두 상자에 넣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자물쇠로 잠그고 싶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였고 딸이자 자매였고 그리고 시인이었던 앤 섹스턴도 그랬을까. 불타는 구두를 들어 올려 상자 안에 던지고 다락을 달려내려와 지루한 풍경화 속 꽃이 가득한 들판으로 달아나고 싶었을까.
그랬겠지.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그럴 수 있었다면 시를 쓰지 않았겠지. 평온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그려 넣은 매끄러운 가면을 쓰고 치마를 쥐어뜯다가 뜻 모를 우울에 사로잡혀 뜨거운 물주머니를 끌어안고 침대에서 앓으며 죽어갔으리라. 시를 썼다고 천수를 누린 것은 아니지만. 결국 불타는 코트를 입고 음악을 들으며 영원한 잠에 빠지고 말았지만.
시를 썼기에 그녀의 것이었던 죽음에 이르는 시간은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온전했다. 온전하게 앤은 앤이었고 그것이 고통이었다. 시는 자궁을 빌리지 않고 태어난 자매였고 딸이었고 앤 자신이었다. 구름과자같이 달콤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무엇은 앤의 언어가 아니었기에 시는 피를 흘리고 구토하고 울부짖고 체념한다. 온갖 스캔들을 불러일으키고 추악한 소문이 종이 위에 돋아난다.
앤은 높은 구두를 신고 춤을 추듯 걸으며 벽보를 붙였다. 통곡의 벽에 악보를 걸고 춤을 추었다.
억압받는 육체를 벗을 수만 있다면, 바랐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것들이 너무 많이 있는 지상을 떠나는 것이 아팠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사랑이 넘치는 시인이었으므로.
그러나 앤은 마흔여섯의 가을, 죽은 어머니가 입던 모피코트를 꺼내 입고 보드카 한 잔을 마신 후 빨간 승용차에 들어가 엔진을 틀었다. 좋아하는 라디오 채널에 주파수를 맞추고 배기가스를 마시면서 잠이 들었다. 눈꺼풀이 무거워질 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 여행도 실패일지 모른다고. 손에 표를 들고 허둥지둥 달려갔지만 또다시 떠나는 기차의 꽁무니만 봐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이번에는 성공이었다. 앤은 죽음의 손을 잡고 떠났다. 호의적이지 않았던 세상을 뒤로하고. 애정이 넘치는 시인은 결국 한 번은 돌아봤겠지만. 아이들과 자매들을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떠났다. 그녀가 남긴 거울 조각들이 반짝이는 밀실을 남기고.
나는 파편이 가득한 방에 들어가 문을 닫는다. 무릎을 안고 가만히, 하나하나 이토록 선명한 거울 속에 웅크린다. 메아리치는 비명이 무한 재생되는 오르골 속에. 눈을 감으니 그건 노래 같기도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 같기도 하다. 아름답고 뜨거운 피범벅이여, 나의 자매여.
가만히 당신의 얼굴을 쓸어내린다.